민주통합당 내부에 총선 패배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4·11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어제 사퇴했다. 올해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89일 만이다. 민주당은 당분간 비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패배는 정권 심판론에 매달려 자기 혁신의 노력을 보이지 않은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다. 민주당은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서자 오만과 독선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한 대표의 측근을 사무총장에 임명하고 공천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자살 사건이 벌어지고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막판에 ‘나꼼수’ 출신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 발언이 불거졌는데도 ‘나꼼수’ 눈치만 살피고 감싸다가 결국 민심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 대표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손잡은 야권연대를 ‘민생연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통진 연대는 민생과 동떨어진 이념 투쟁으로 치달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 몰려가 국회가 비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것을 주장하고, 제주 해군기지의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통진당에 질질 끌려다니자 중도층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민주당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이제 8개월 정도 남은 대통령선거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통진당은 34개 지역구에 야권 단일후보를 내 7명(20.6%)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단일화 경선을 통해 출마한 59개 지역구 중 31곳(52.5%)에서 후보가 당선됐다. 야당 지지자들도 반미 종북 성향의 통진당에는 선뜻 마음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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