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오르는 건 월급과 아이 성적뿐… 가계부 보면 우울”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으며, 특히 취업난과 가계부채, 부(富)의 양극화, 치솟는 교육비를 경제적 고통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 등 큰 틀에서의 대책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에 대해서는 세대별, 성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강도 높은 정부의 개입을 원하는 목소리와 함께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역할 축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소개한다.
▶ [채널A 영상]“사는게 고통”…경제고통지수 역대 3번째로 높아
① 현재 경제 상황 어떻게 평가하나
●20대 “서민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돈이 있어야 배울 수 있고 어렵게 배워도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고. 부유층이나 삼성 같은 대기업만 잘되잖아요.”(권모 씨·29·자영업)
“얼마 전에 정부가 물가지수를 계산하는 기준을 바꿔서 물가 상승률을 좀 낮췄죠. 조작 아닌가요. 그런다고 비싼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위안이 될까요.”(안모 씨·25·학생)
●30대 “대학 졸업하면 취직 걱정, 결혼하면 빚 갚을 걱정, 나이 들면 명퇴 걱정, 퇴직하면 노후 걱정. 정말 끝이 없네요.”(나모 씨·32·여·회사원)
“요즘 안 오르는 건 월급하고 아이들 성적뿐이라는 말이 있죠. 월급을 받으면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기 열흘 전에 바닥이 납니다.”(유모 씨·32·회사원)
●40대, 50대 “다들 마이너스 통장 1개쯤 있을 겁니다. 빚 없이 못 삽니다. 수출 1조 달러를 하면 뭐 합니까. 속은 곪고 있는데.”(최모 씨·40·자영업)
☞ 전반적으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 제시.
② 취업난을 얼마나 실감하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거 같아요. 그때는 물가는 좀 싸고, 집값도 싸고, 보통 사람들도 이래저래 살았는데 요즘은 대기업이나 잘사는 사람 빼고 중산층은 계속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이모 씨·50·주부)
●20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아닌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은 상상을 초월해요. 제 주변만 해도 계약직인 친구들도 많고 아르바이트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친구들이 수두룩하죠.”(강모 씨·27·여·학생)
●30대 “힘들게 공부해서 졸업해도 취직을 못하는 청년층 보세요. 내년에 대학 졸업하는 사람들은 더 어렵겠지요. 경기도 안 좋으니까요. 88만 원 세대의 비애입니다.”(이모 씨·36·회사원)
“일자리 상황은 정말 최악이에요.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퇴직도 심각해요. 이 사람들이 자영업자로 바뀌고 실패하고 낙담하고, 전반적으로 질서가 무너진 느낌이에요.”(이모 씨·36·자영업)
●40대, 50대 “친구를 만나거나 후배를 만나거나 한결같이 언제 잘릴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구조조정 얘기 나오는 친구들은 죽을 맛이겠지요.”(김모 씨·44·회사원)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은 졸업해서 취직이나 할 수 있을지, 50대인 남편은 남편대로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정말 답답해요.”(이모 씨·50·주부)
☞ 일자리 부족, 대기업 선호 등 사회적 인식 때문에 취업난이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
③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보나
●20대 “청년실업은 심각한데 대기업 임원들은 수십억 원씩 연봉을 챙기죠. 임원들 월급 줄이고 채용을 좀 더 늘리면 안 되나요.”(안모 씨·25·학생)
●30대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보면 정규직하고 똑같이 일하면서 연봉 차이가 많이 나죠. 최저생계비 수준의 벌이밖에 안 되죠.”(최모 씨·39·회사원)
●40대, 50대 “경제가 너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거 같아요. 중소기업은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어요.”(김모 씨·46·여·회사원)
“서울 강남을 가면 살 만한 거 같은데 다른 지역에 가면 경기가 엉망이에요.”(김모 씨·45·자영업)
☞ 계층 간 소득격차, 지역 간 불균형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
④ 부동산 문제에 대한 생각은
●20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월세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서민들이 꼬박꼬박 월세 내는 거 엄청난 부담입니다. 그런데도 서울로 오죠. 지방을 더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권모 씨·29·자영업)
●30대 “저희 엄마 아버지를 봐도 집이 안 팔리니까 이자만 나가고, 자영업자들은 먹을거리가 안 팔리니까 문을 닫고, 경제가 부동산 하나 때문에 엄청나게 삐걱대는 것 같아요.”(정모 씨·32·여·자영업)
“하우스푸어라고 하죠. 잔뜩 대출 받아서 집 샀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 내기도 벅차죠.”(유모 씨·32·회사원)
●40대, 50대 “얼마 전에 2년간의 전세 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하려니까 집주인이 50%를 올려 달래요. 어이가 없어서 다른 집을 알아봤는데 전세가 없는 거예요. 울며 겨자 먹기로 여기저기서 돈을 구해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이모 씨·45·직장인)
☞ 전세난, 집값 하락 등 부동산 문제를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아.
⑤ 교육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20대 “부실 대학은 없애버렸으면 좋겠어요. 건물 하나 짓고 학장이네 총장이네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정부 지원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이런 데 지원하는 돈으로 등록금 깎아주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권모 씨·29·자영업)
●30대 “사교육이 줄고 있다지만 유치원부터 벌써 경쟁이 치열해요. 요새는 100일 된 애들부터 과외한대요. 조바심에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조모 씨·33·주부)
“학습지 하나 안 시키고 버텨 봤는데 초등학교 6학년 되니까 학원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예전엔 과외하면 감옥 보냈는데 강제적인 정책을 쓰더라도 사교육 좀 막아줬으면 좋겠어요.”(김모 씨·39·여·자영업)
●40대, 50대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아이들 체벌할 수가 없으니까 선생님들이 무조건 엄마한테 전화해요. 어떤 아이는 부모 말도 안 들으니까 선생님이 그 애 다니는 성당 신부님한테 전화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방모 씨·44·주부)
“마이스터고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아요. 좋은 직업은 한정돼 있고 다 그걸 하고 싶어 하는데. 독일처럼 대우를 확실히 해주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죠.”(한모 씨·54·여·학원 강사)
☞ 대학 구조조정은 모두 공감했으나 특성화고 육성에 대해서는 현실성에 의문. 사교육에 강도 높은 규제 주문.
⑥ 현재 서민정책에 만족하나
●20대 “미소금융, 햇살론은 대출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그냥 보여주기 식 같아요. 신혼부부들 위해서 전세자금 대출도 해 준다는데, 그것도 까다로워서 받는 사람 별로 못 봤어요.”(강모 씨·27·여·학생)
●30대 “20년 장기전세주택 임대 시프트는 빛 좋은 개살구인 것 같아요. 신청해 보려고 했는데 순위 안에 들려면 다자녀여야 하고, 서울에 오래 살아야 하고 전혀 실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요.”(유모 씨·32·회사원)
●40대, 50대 “신용불량자 같은 사람들 구제하는 데 정부가 너무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이 6000만 원 대출받아서 생활비로 1년 만에 다 쓰고서는 개인회생 신청했어요. 그러고는 회생되자마자 차를 샀어요.”(강모 씨·45·여·회사원)
“가까운 사람이 햇살론 이용하려고 했는데 다 거절하더래요. 햇살론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이 손해 안 보려고 안 내준다는 거예요. 결국 이것도 꼼수 부리는 거죠.”(이모 씨·45·회사원)
☞ 모든 그룹이 서민정책 효과에 대해 부정적.
⑦ 바람직한 복지정책 방향은
●20대 “육아, 출산만 하라고 하는데 그에 대한 확실한 복지정책이 필요해요. 일하는 여성들 직장에서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애 낳는 데 지원해 주는 것은 별로 없고….”(심모 씨·27·여·학생)
●30대 “미국하고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복지가 정말 바닥이에요. 특히 국공립 보육시설은 없다시피 하잖아요.”(나모 씨·32·여·회사원)
“정치권이 복지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형평성 문제도 있어요. 지금 30대 초반은 20대 때도 혜택은 못 받았고, 노인들도 책임져야 해요. 지금 10, 20대 지원해 주는 것은 기성세대에 대한 배신이에요. 복지는 노후나 보육 같은 데만 집중하면 좋겠어요.”(박모 씨·31·자영업)
●40대, 50대 “복지도 양극화예요. 실버타운 분양하는 것 보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있어야 해요. 애들 대학등록금 주고, 결혼시키고 하다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말년에 병이 있어도 병원에도 못 갈 것 같아요.”(이모 씨·43·주부)
“부모님 보면 노령연금 나오는데 정말 사탕값 정도예요. 그걸로는 입는 것 먹는 것 해결하는 데 턱도 없어요. 노인복지는 거의 제로 수준이라고 봐요.”(방모 씨·44·주부)
“의료는 보편적 복지보다 빈곤층을 좀 더 확실하게 지원해 줘야 해요. 세입자 중에 젊은 아가씨가 건강보험료 제대로 못 내서 폐에 물이 찼는데 병원도 못 가고 있더라고요. 그런데도 정부 지원 받을 길이 없어요.”(한모 씨·50·자영업)
☞ 보육과 노인 복지 확대에 대해 모든 세대가 공감. 그 외 복지 확대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부정적 반응.
⑧ 가장 원하는 경제정책은
●20대 “세금 집행을 확실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금 쓰이는 것도 완전 엉망이잖아요. 시청 하나 짓는 데 몇백억 원씩 쓰고. 세금 낭비하는 것부터 막아야 해요.”(안모 씨·25·학생)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 채용하는 것은 기업 오너 마음이잖아요. 비용이 더 드는 일인데 오너가 정규직 늘릴 수 있는 이유를 정부가 만들어 줘야 기업이 움직이죠.”(권모 씨·29·자영업)
●30대 “아이 2, 3명 이상 낳게 하려면 많이 낳은 사람은 교육비를 전액 면제해 주든지, 확실하게 지원해서 돈 없는 사람들도 애 낳을 수 있게 해줘야죠.”(유모 씨·32·여·회사원)
“저라면 노인에 대해서도 회사가 몇 퍼센트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 것 같아요.”(정모 씨·36·회사원)
●40대, 50대 “국민 세금으로 외국인들 혜택받는 것 좀 줄였으면 좋겠어요. 주식시장 개방하고 외국기업 유치한다고 너무 혜택 주니까 단물만 빼가고 결국 서민들만 피해 보는 거예요.”(이모 씨·44·여·자영업)
“일자리도 없는데 외국 인력 몰려오는 것도 좀 문제예요. 아는 사람이 식당에서 일하는데 외국에서 온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국 사람이라고 왕따당한대요.”(이모 씨·45·주부)
“예측 가능한 정책 좀 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부동산 정책은 정권 바뀔 때마다 바뀌니까 집 팔기도 사기도 무서워요.”(강모 씨·51·금융업)
☞ 일자리와 복지 확대에 주력해 줄 것을 주문.
정리=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집단심층면접조사(FGI·Focus Group Interview) ::
FGI는 주로 기업들이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전 타깃으로 삼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심층 토론을 벌여 상품에 대한 태도 등 각종 정보를 얻는 면접조사다. 수치화된 정보를 얻는 일반적인 설문조사보다 조사 대상자의 깊이 있는 생각을 파악할 수 있다. 정부 기구에 대한 인식이나 정책 평가에도 자주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