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있다. 역대 여섯 번째 국빈방문이며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빈방문 이후 13년 만이다. 또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역대 다섯 번째이며 역시 13년 만이다. 그처럼 대단한 일이고 소중한 기회다. 그 의미는 무엇이고 그 기회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양국이 큰 정치적 자산을 들여 국빈방문을 기획한 것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양국 간 관계가 돈독함을 내외에 과시하고 자축하는 행사다. 둘째는 방문하는 국가원수의 개인적 업적에 대한 인정과 찬사다. 전자의 의미에서 국빈방문은 한미관계와 다른 양자관계의 비교를 내포한다. 후자는 이 대통령 때의 한미관계와 다른 대통령 때의 한미관계의 비교를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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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방문을 보면서 한미관계가 다른 양자관계에 비해 가깝다거나 요즘 한미관계가 다른 대통령 때보다 돈독하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잘못이다. 그 돈독함이 가지는 실질적 의미를 따져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이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이 대통령을 평가해야 한다.
첫째, (다른 양자관계에 비해 유독) 돈독한 한미관계를 강조하다가 다른 나라의 의구심 내지 질시를 사 큰 그림에서 외교적 이득을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 한미 양국의 돈독한 관계가 다른 양자관계를 상대적으로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국제사회 전체에 이득이 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강조해야 한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 때 훼손된 한미관계를 복원 내지 증진시켰다고 자랑하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국내적 논란과 분열을 초래하면 하나의 일체로서 대한민국의 행사인 외교의 의미가 퇴색한다. 노 대통령 당시 한미관계가 어려웠다면 그만큼 양국 사이에 풀어야 할 현안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현안을 부각시킴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면 그것도 치적이다. 역대 국가원수의 치적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셋째, 미국이 한국의 상승된 지위를 인정해 국빈방문을 기획했다면 그 지위에 걸맞도록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좋은 예가 최근 주한미군의 성희롱사건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이다. 한국의 지위가 그와 같다면 독일이나 일본 수준으로 개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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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