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명문대와 입학시기 달라 유학생 유치-재학생 진출 장애“세계화 경쟁 밀린다” 위기감… 혁신 위해 133년 전통 허물기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대는 가을입학제 도입을 위한 실무팀을 꾸려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하마다 준이치(濱田純一) 도쿄대 총장은 “도쿄대의 봄입학제도는 향후 10년은 몰라도 50년 후까지 지속될 수 없다. 서둘러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가을입학제 도입 검토작업을 최대한 서둘러 연내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도쿄대가 가을입학제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은 구미 명문대와 입학 시기가 달라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기 어렵고 도쿄대 학생도 해외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등 대학의 세계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재학생이 한 학기 단기 유학을 하고 싶어도 학기가 맞지 않아 시간을 낭비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
도쿄대는 가을입학제를 도입해도 입학 전형 시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합격 결정 후 입학만 늦추는 것이다. 고교 졸업(3월) 후 대입까지 6개월 정도의 여유가 있어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들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진학 목적을 뚜렷이 세울 수 있고 입학 후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추세를 따르지 않으면 세계 대학 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도쿄대의 위기감은 2000년대 들어 다양한 혁신과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하마다 총장은 지난해 3월 도쿄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0년까지 해외 유학생과 외국인 교수 비율을 각각 12%와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행동 시나리오’ 계획을 발표했다. ‘국경 없는 도쿄대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15년까지 도쿄대 학생 전원이 해외 유학 및 단기 체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국제화와 함께 학생들의 글로벌 감각 양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본 근대화가 시작된 1868년 메이지시대 이래 지속돼 온 대학들의 봄 입학 전통을 허물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대의 입학 시기 변경은 타 대학 및 기업의 인력 채용이나 공무원 선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도쿄대만의 의지로 결정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