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부르짖다 위기… “다시 중국으로” 재도약 꿈꿔
《 2005년 중국 레노보가 IBM의 개인용컴퓨터(PC) 사업부를 인수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연매출 30억 달러의 중국 기업이 ‘미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회사의 주요 사업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IBM PC사업부는 레노보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레노보는 인수 초기 IBM의 경영방식 계승과 고용 승계를 약속하면서 문화 충돌과 직원 이탈, 품질 저하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실적이 악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인수 직후부터 순이익이 감소했고 매출도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인수 1년 만에 레노보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직원들은 동요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레노보는 ‘팍스 시니카’의 상징이 아니라 ‘승자의 저주’의 표본으로 회자됐다. 》
○ IBM PC사업 인수 전후: “레노보의 인수로 달라질 것은 거의 없다”
레보노는 인수 계약 타결 발표 직후 24시간 이내에 IBM PC사업부 전 직원에게 긴급 메모를 전송했다. 레노보는 총 59개의 질문과 답변이 담긴 메모를 통해 모든 직원이 레노보에 소속될 것이고, 급여와 연금 등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며, 당분간 대대적 인사이동도 없을 것이라 천명했다.
중국 본사도 뉴욕으로 이전했다. 새 최고경영자(CEO)로 IBM PC사업부 임원이었던 미국인 스티븐 워드를 선임했다. 사내 공식 언어는 영어로 통일했다. 중국 임원의 이름 표기도 영어식으로 바꿨다. 이 모두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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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레노보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인수 발표 직전까지 계약상 비밀을 엄수하면서도 인수의 핵심 이해당사자들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제때 전달하는 수완을 보였다. 그 결과 미국 정부로부터 빠른 인수 승인을 얻었다. 대대적인 직원 이탈도 일어나지 않았다.
○ 2005년 6월∼2008년 9월: “독자 브랜드로 2010년 글로벌 넘버 1”
레노보는 인수 후 5년간 사용 가능한 IBM 브랜드를 버리고 ‘독자 브랜드로 2010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세계화 전략을 감행했다. 레노보 브랜드에 대한 선진국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택했다. 그 노력의 종합판이 1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올림픽 ‘올인’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는 너무 급격한 변화였다. 인수 8개월 만에 CEO가 교체된 후 불과 4개월 뒤 구조조정이 이어지자, 조직원들은 경영진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해외 언론들도 레노보가 인수 후 문화 충돌을 이기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2006년 5월 미국 정부는 기밀업무 처리 시 레노보 PC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IBM이 보유한 레노보 주식을 조기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결정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레노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에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레노보 경영진이 설파한 일관된 메시지는 개별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공허하게 받아들여질 뿐이었다. 인수 1년도 안 돼 전략을 수정한 상황에서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적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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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9월 이후: “중국이 세계 IT 업계의 새로운 성장판”
올림픽 직후 찾아온 세계 금융위기는 PC시장에도 엄청난 타격을 가했다. 결국 레노보는 핵심 목표 시장을 선진국이 아닌 중국 및 신흥시장으로 바꿨다.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세계화 중심에서 중국화 중심으로 바꿨다.
이를 상징하는 사건은 2009년 레노보의 모회사인 레전드 홀딩스의 류촨즈 회장이 다시 레노보 회장으로 복귀한 일이다. 주요 외국인 임원도 중국인으로 바꿨다. 레노보는 류 회장을 ‘중국의 잡스’로 홍보했다. 또 중국 시장을 ‘세계 IT 업계의 새로운 성장판’으로 포지셔닝하는 데 집중했다. 즉 “레노보가 선진국 시장에서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 시장이 매력적인 성장 시장이라서 이 시장에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썼다.
이는 과거에 비해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위기 상황에서 회장과 CEO가 적극 나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선영·조수연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컨설턴트
정리=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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