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M&A 등으로 탈났던 유진그룹-동양그룹-대한전선
#2 자사주를 앞다퉈 매입하는 대한전선 임직원. 대한전선 손관호 회장과 강희전 사장 등 임직원들이 6일 8만 주 정도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두 장면만 보면 “와∼”라는 부러운 탄성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불과 2년 전에는 “악!”소리만 날 정도로 위태로워 보이던 기업들이었다. 해당 사업 분야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거나 대형 인수합병(M&A) 직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몇몇 기업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부활’의 비결은 역시 강도 높은 ‘군살빼기’다.
○ ‘군살’은 당연히 빼고
유진그룹은 애지중지하던 하이마트의 지분 5%를 500억 원에 매각했다. 레미콘, 시멘트 등 건설소재사업과 미디어사업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유진그룹은 2006년 이후 서울증권과 로젠택배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더니 2008년 1월 하이마트를 1조9500억 원에 인수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곧이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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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요하면 ‘핵심’도 줄이고
유진그룹이 그룹의 핵심인 하이마트의 지분을 일부 팔았다면, 동양그룹은 ‘알짜 기업’인 동양생명 지분을 거의 다 매각하는 초강수를 뒀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11월 동양생명 지분 약 50% 가운데 46.5%를 9000억 원에 매각했다. 동양그룹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양메이저가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고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그룹 전체의 동반 위험론이 제기됐었다. 김환 동양그룹 상무는 “동양생명 지분 매각과 더불어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에 성공하면서 동양메이저가 자본 잠식에서 벗어났다”며 “앞으로 동양메이저에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부문을 접목시켜 지주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
잇따른 M&A로 몸집을 키워 온 대한전선은 2008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회사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크게 강화됐다.
대한전선은 사실상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았다. 세계 2위의 전선 제조 회사인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지분을 포함해 캐나다 힐튼호텔, 몽골 스카이텔, 온세텔레콤 등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 1조 원을 마련한 것. 또 최근에는 무주리조트를 1360억 원에 매각했으며 기타 보유자산도 조만간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 방침도 ‘가격’이 아닌 ‘속도’다. 예를 들어 프리즈미안 지분은 매입 당시 5100억 원이었으나 팔 때는 약 4000억 원이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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