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더러운 유대인… 히틀러 사랑한다”디오르 모델 내털리 포트먼 “충격… 불쾌… 그와 일하지 않겠다”
문제의 인종차별 논란은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 시내 중심가의 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불거졌다. 이 자리에서 갈리아노는 동석한 유대인 여성과 동양계 남성 커플에게 “더러운 유대인, 넌 죽어도 마땅해”라고 소리쳤다. 갈리아노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들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려 하고 밀치기도 했다는 것. 양측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식당 내 손님들이 웅성거렸고 갈리아노는 결국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갈리아노가 만취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 그냥 넘기려 했으나 갈리아노가 과거에도 그런 일을 벌였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전해 듣고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갈리아노는 26일 자신을 고소한 여성을 맞고소한 뒤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디오르 측은 일단 갈리아노를 정직 처분한 뒤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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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노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디오르의 향수 모델이자 올해 영화 ‘블랙스완’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유대인 출신 내털리 포트먼은 “동영상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몹시 불쾌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도 갈리아노와는 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 보그 편집장 알렉산드라 슐먼도 “갈리아노는 믿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런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4일 예정된 디오르의 컬렉션 발표회도 제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해졌다.
지브롤터에서 태어난 갈리아노는 6세에 배관공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에 와 세인트마틴예술디자인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3차례나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1996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인 디오르의 수석디자이너에 오른 그는 과감하고 정열적인 디자인과 아방가르드 스타일로 디오르 왕국을 부활시키면서 시장을 평정했다. 샤넬의 카를 라거펠트, 장폴 고티에와 함께 세계적 톱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으나 이번 일로 화려했던 패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