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한국한림공학원과 동아사이언스는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로봇태권V 10대 기술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해 태권V가 실제로 제작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우리 로봇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기를 100분의 1로 줄이지 않는 한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장 56m, 무게 1400t의 몸으로 날개도 없이 자유자재로 비행하며 12m 크기의 로켓 주먹을 날릴 수 있는 거대 로봇의 출현은 영화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로봇은 이제 공상과학 속 주인공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1조 원을 넘어섰던 로봇산업 시장 규모가 올해는 2조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직은 로봇시장의 10%에도 못 미치고 있으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 로봇의 약진에 힘입어 향후 로봇산업이 자동차, 반도체를 잇는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2009년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751억 원으로 2008년(481억 원) 대비 55.6% 성장했다. 올해는 청소용 로봇의 인기가 교육용 로봇으로 확대되며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이 본격 개화기를 맞은 데다 감시경계용, 의료용 등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까지 싹을 틔워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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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2억 달러였던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18년 855억 달러로 전체 로봇시장의 약 8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이 매력적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로봇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여전히 일본의 4분의 1,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질적인 인력난도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더욱이 절대적인 숫자도 부족하지만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고급인력 수급이 절실하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주목해 로봇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로봇융합포럼을 출범시키는 등 로봇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향후 로봇산업 성패를 좌우할 서비스 로봇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범정부 부처가 힘을 모을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서비스 로봇은 기존 서비스 산업과 로봇산업의 융합으로 탄생되는 만큼 부처 간 벽을 허문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 산학연관(産學硏官)이 힘을 합친다면 선진국들도 아직 진입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로봇의 위치가 공상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