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총 쏘고 아내는 탄알 장전, 이지석, 공기소총 복사 금메달
광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 사격 10m 공기소총 복사(SH2등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지석(오른쪽)과 부인 박경순 씨. 사진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2관왕 이지석(36)이 광저우에서도 금빛 총성을 울렸다. 이지석은 15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사격장에서 열린 10m 공기소총 복사(SH2등급)에서 합계 705.4점을 쏴 중국의 룽루이훙을 0.2점 차로 제쳤다.
베이징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이지석의 뒤에는 아내 박경순 씨가 경기 보조 요원으로 서 있었다. 아내는 양손에 제대로 힘을 줄 수 없는 남편이 한 발 한 발 총을 쏠 때마다 탄알을 장전했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와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박 씨는 “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기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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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을 겨냥하는 이지석의 무릎 위에는 가족사진이 있었다. 아내, 두 돌이 지난 아들 예준과 찍은 사진이다. 이지석은 “경기를 할 때 항상 이 사진과 함께한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는 입을 모아 말했다.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하늘에 있는 아버지를 존경했던 아들은 이날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