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과 달리 증시체력 튼튼”… 외국인 주도 장세는 변수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체력, 국내외 경제 환경, 경기 회복력 등에서 2010년과 2007년은 상황이 판이해 이번에는 상승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스피 2,000 돌파가 철저하게 외국인 주도로 이뤄졌고 대형주 위주로 상승해 주가 상승의 온기가 증시 전반에 퍼지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국내 증시를 받쳐주는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소외되는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상승세의 탄력도 3년 전처럼 허무하게 수그러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달라진 한국 기업…지금도 싸다?
광고 로드중
2007년과 지금의 결정적인 차이는 달라진 한국 기업들의 면모다.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글로벌 무대에서 2인자 그룹에 속했던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위기 이후 1인자 그룹으로 치고 올라왔다.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린 삼성전자와 도요타,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업체들이 적자를 보거나 순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동안 순이익과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린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달라졌다”며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좋아지면서 실적의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가가 2,000을 넘은 지금도 기업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이 많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286개 기업의 순이익은 85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내년엔 98조 원으로 늘어나 나머지 489개사를 합한 상장사 전체 순이익이 100조 원대에 무난히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은 9.5배로 미국 12.6배, 중국 12.5배, 인도 16.7배, 브라질 10.5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반면 2007년은 상장사 순이익이 62조 원대였으며 PER는 13배였다.
광고 로드중
지금까지 한국 증시 거품의 역사는 외국인이 주가를 끌어올린 뒤 개인이 뒤늦게 이를 넘겨받으면 차익을 실현한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양태로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지수 2,000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외국인이 한국 탈출에 나설 때 이를 받아줄 기관 연기금 개인 등 국내 매수 세력이 약한 경우다.
다행히 외국인의 셀 코리아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낮아 보인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면 넘쳐나는 외국 투자자금은 고수익을 노리고 신흥국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환차익을 노리는 자금도 끌어들이고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외국인들은 신흥시장 중에서도 아시아를 특히 선호한다”며 “중국보다 외화 유출입이 자유로운 한국 증시가 상대적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글로벌 실물 자산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9%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올해 들어 6번이나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는 등 긴축에 나서고 있다. 만일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위안화 절상 등으로 세계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광고 로드중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