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우선 경영, CEO 넥타이-명함까지 바꾸다최고디자인책임자 신설, 의사결정 우선권 부여매장 전시장도 새롭게… 창의적 이미지 ‘팍팍’
기아자동차는 디자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제품뿐만 아니라 영업점, 사무실은 물론이고 최고경영자의 넥타이 색깔까지 바꿨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회사의 핵심 전략과 일치시켜야 실행력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사진 제공 기아자동차
기아차 수뇌부는 이를 단시일에 극복하려면 디자인 역량부터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하고 2006년부터 디자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기아차는 현대차의 자매 브랜드라는 인식을 떨쳐내고 독립적인 정체성을 확립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전문가 설문 결과 기아차는 혁신적인 마케팅 콘셉트를 보여준 브랜드, 마케팅으로 높은 고객 만족을 이끌어낸 브랜드, 앞으로도 장기간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는 브랜드에서 모두 2위에 꼽혔다.
○ 디자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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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임 후 기아차의 디자인 부문은 회사 내 위계질서에서 자유로운 별도의 조직으로 위상을 확보했다. 과거 디자인 부서는 판매 부서나 생산 부서에 비해 의사결정의 우선권을 지니지 못했다. 모델 품평회에서 디자이너의 원래 제안이 경영진이나 다른 부서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수정되거나 폐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디자인 경영을 본격화한 후 기술적, 재정적 문제가 있더라도 디자인 부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기아차 경영전략실의 기세범 부장은 “신차 개발 시 디자인 부서에서 특정 규격의 배터리를 원했지만 설계 및 생산 담당자들이 난색을 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기술부서가 디자인 부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배터리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 명함-보고서 양식에도 디자인 도입
단순히 제품에만 디자인 경영을 도입한 게 아니다. 2007년 10월 기아차는 임직원들의 명함을 모두 교체했다. 바뀐 명함 뒷면에는 짙은 빨간색 바탕에 DESIGN이란 글자가 있다. 종이컵, 결재판, 서류철, 봉투 등 사무용품, e메일 개인서명 양식, 전산문서 양식, 보고서 표지 양식에도 모두 디자인 로고를 도입했다. CEO의 넥타이에도 디자인 경영을 가미했다. 정 사장은 기아차 CEO로 재직할 당시 기아차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세계 곳곳을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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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 특유의 조직문화도 바뀌고 있다. 기 부장은 “기아타이거즈 야구단이 12년 만에 열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야구장을 찾은 기아차 직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아 V10을 디자인하라’는 피켓을 들고 갔다. 디자인 경영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는 수준까지 왔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박찬원 로이스컨설팅 대표 park@loyce.co.kr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 Young_Hoon_Park@Monitor.com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정지용(25·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박진영(22·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인턴연구원이 참여했습니다.
※ 이 기획 기사의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7호(2009년 12월 15일자)와 홈페이지(www.dongabiz.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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