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前 싱가포르 총리 경고
리콴유(李光耀·86·사진) 전 싱가포르 총리는 최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가진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 등이 2일 보도했다. 리 전 총리는 화교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중파 정치인이어서 중국을 경계하는 발언은 이례적이다. 당연히 중국은 반발했다.
환추시보 등에 따르면 리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아세안 상업이사회 25주년’ 만찬 연설에서 “중국이 금융과 경제적인 힘을 바탕으로 향후 20∼30년간 지속적으로 군사 현대화를 추구할 것이며 이런 의지는 올해 건국 60주년 행사에서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앞으로 항공모함을 소유할 중국의 ‘대양(大洋) 해군’은 외국 세력이 대만 해역에 개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과 인도 등 주변 국가는 당연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일본과 인도, 아시아 어느 국가도 중국에 맞서 균형을 맞춰 줄 나라가 없기 때문에 미국이 앞으로도 동아시아 지역 균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지 못하면 미국은 세계 지도국 지위도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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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추시보는 “리 전 총리의 발언이 알려진 후 화교 국가인 싱가포르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중국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군사전문가 다이쉬(戴旭) 씨는 “싱가포르는 종종 자신의 처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많은 주변국들이 중국이 제1교역국이긴 하지만 안보상으로는 불안을 느껴 미국에 의존하려는 것도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