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시각각 우리 곁으로 엄습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불거질 때만 해도 파장이 이렇게 클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내내 세계경제는 중국 등 신흥경제국의 급성장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폭등을 걱정하지 않았던가. 그러더니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등 투자은행의 구조조정 이후에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신흥경제국의 경착륙을 걱정하고 있다.
경제정책, 당장의 효과 어려워
주목할 점은 경기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했던 유럽의 증시도 폭락했고, 자본 유입으로 엔화 초강세를 보이는 일본의 증시도 대폭락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달리 이번 위기는 글로벌 경제 불안에 기인한 것이므로 우리 힘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우리 경제의 경착륙이 우려되자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0.75%포인트 인하했으며, 곧 정부지출 확대와 감세 등 재정확대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타개책은 정부가 공언한대로 ‘선제적이고, 신속하며, 충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주가가 반 토막 나고, 환율이 1998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당장 우리 경제의 ‘경착륙’이라는 급한 불을 끄지 않을 수 없다. 경착륙 정도가 심해질수록 위기 대응책의 물가나 환율 불안의 부작용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특단의 경제정책 효과가 당장 나타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번 위기는 우리 힘만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나라와의 정책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또 특단의 정책 발표는 그만큼 우리 경제의 경착륙이 우려된다는 표시이므로 시장은 당장 반응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은이 금리를 파격적으로 인하하고 은행채 매입계획을 발표했지만 주식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따라서 시장이 추가적으로 불안하지 않았다면 성과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우리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특단의 종합대책을 수립한 이후에는 성과를 지켜보면서 내년 이후를 대비하는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제적이고, 신속하며, 충분한 대응책은 한 번으로 그쳐야 효과가 커진다. 이제는 급한 길도 돌아가겠다는 자세로 종합대책의 부작용을 점검하고 경제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유동성 공급과 재정확대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와 물가 불안 등 거시경제 불안요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하나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오히려 리스크를 키운 금융기관과 기업은 지원을 받기 전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부작용 막을 보완대책 마련을
다행히 우리는 10년 전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극복 프로그램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으나 그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IMF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 거시정책조정, 구조조정, 대규모 유동성 지원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강조했다. 특히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환율이 불안할 때에는 과도한 통화공급 확대나 금리인하보다는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라고 권고했으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경제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지금같이 어려울 때 귀담아 들을 내용이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