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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0년 걸린 일, 美선 1년만에 단행”

입력 | 2008-09-09 02:56:00


日, 주택금융 문제 외면 ‘잃어버린 10년’

“美 모기지 부실문제 심각성 반증” 분석도

주택금융 부실문제가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금융위기 대책을 내놓는 속도는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비해 매우 신속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위기가 표면화한 지난해 여름으로부터 양대 모기지 업체에 대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내놓기까지 걸린 기간은 1년 남짓.

이에 비해 주택금융전문회사 부실 문제가 불거져 나온 시점으로부터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한 시점까지는 약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주택금융전문회사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1980년대 후반 거품경기를 타고 급성장했다.

한때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으나 1990년대 초반 거품경기가 붕괴되자 일본 경제의 최대 애물단지가 됐다. 13조 엔(약 130조 원)에 이르는 자산 가운데 10조 엔에 육박하는 금액이 불량채권이었을 정도다.

13조 엔이라고 해봐야 미국 양대 모기지 업체의 주택대출 관련 증권총액에 비하면 40분의 1에 불과한 규모. 하지만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공적자금 6800억 엔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더구나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여론의 거센 비판은 일본 정부와 정치권으로 하여금 은행과 신용협동조합에 대한 대책을 더디게 만들었다.

주택금융전문회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사회당 정권이 선거에서 참패하는 모습을 본 자민당 정권은 주요 시중은행의 불량채권이 20조 엔을 넘어설 때까지도 공적자금 투입 필요성을 애써 외면했다.

결국 자민당은 1997년 말 4대 증권사인 야마이치증권과 대형 은행인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이 연속 도산한 뒤에야 공적자금 30조 엔을 은행 등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주택금융 위기가 발생한 이후 일본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늦어져 일본의 불황이 길어졌다”면서 “미국은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가 적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정부가 신속하게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것은 “(양대 모기지 업체 부실 문제가)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