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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1억원 중 6000만원 국세청장 줬다”

입력 | 2007-10-23 20:04:00


검찰이 정상곤(53·구속기소)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자신이 받은 뇌물 1억 원 가운데 6000만 원을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일단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 전 청장의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져 예상 보다 검찰 수사가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후 의혹 규명될까=정 전 청장의 진술로 뇌물 용처 및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또 다른 배후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주목을 받게 됐다.

정 전 청장은 김상진 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 대가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1억 원은) 내 돈이 아니다" "용처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언급할 것"이라며 로비에 또 다른 배후가 있음을 암시해 왔다.

일개 건설업자인 김 씨의 로비가 세무조사 무마 단계에서 지나치게 조직적이고 큰 성과를 거뒀다는 점도 세무조사 무마가 정 전 청장 선에서 '전결'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김 씨가 벌인 로비의 최종 결정권자가 정 전 청장이 아닌 전 국세청장이라면 정 전 청장의 미묘한 발언이나 완벽하게 이뤄진 세무조사 무마를 둘러싼 의문점이 풀리게 된다.

▽험난한 수사될 듯=정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시종 전 국세청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돈을 전달한 시점이나 장소 등에 대해 정 전 청장의 진술은 수시로 바뀌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검찰은 정 전 청장이 몇 차례에 걸쳐 전 국세청장에게 돈을 건넨 동기에 대한 설명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목격자가 있을 리가 없고 현금이 오갔기 때문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정 전 청장의 진술 외에 다른 보강 증거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검찰 수뇌부가 최근 수사팀으로부터 정 전 청장의 진술 내용을 보고받은 뒤 고민에 빠진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사한 뇌물 사건에 비춰볼 때 정 전 청장이 건넸다고 진술한 6000만 원은 세정(稅政)의 최고 책임자에게 건네진 뇌물 치고는 비교적 적은 액수라는 의견도 있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2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할 게 많다"고 앞으로 수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 전 청장의 진술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전지성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