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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뜯어 감옥탈출? 한국선 어림없어요”

입력 | 2007-02-08 03:01:00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이 전깃줄을 타고 탈옥하는 장면. 현실에서는 레이저 기계 때문에 불가능하다. 사진 제공 온미디어


교도관이 말하는 美탈옥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국내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자를 관리하는 A 교위는 ‘프Q’ 마니아다. ‘프Q’은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탈옥)’의 제목을 한국 마니아들이 줄여 부르는 말이다.

미국 폭스TV가 시즌2를 방영 중인 이 드라마는 ‘미드족(한국의 미국드라마 마니아)’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7∼9월 유료채널 캐치온에서 시즌1(22편)을 방영한 데 이어 수퍼액션은 18일 오후 10시부터 22시간 연속 방영할 예정이다.

이 드라마에서 천재 건축가 마이클 스코필드(웬트워스 밀러)는 형 링컨 버로스(도미닉 퍼셀)가 부통령의 동생을 살해한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자 탈옥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는 교도소 설계도를 온몸에 문신으로 새긴 뒤 일부러 죄를 짓고 수감된다. 두 사람은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변기 뒤로 이어진 하수구와 환풍구 등을 이용해 탈옥에 성공한다. 교도소를 잘 알고 있는 A 교위에게 ‘프리즌…’과 현실의 차이를 물었다.

#나사 하나로 변기만 뜯어내면 탈출로가 확보된다?

“마이클이 수감된 폭스리버 교도소는 변기가 감방 벽 뒤로 이어져 다른 공간이 나오지만, 국내 교도소는 다르다. 변기를 뜯어내면 아래 하수구로 연결된다. 따라 나간다 해도 동마다 설치된 큰 정화조에 도달할 것이다. 탈옥은커녕 인분 냄새에 질식하지 않을까.”

#마이클은 여의사 세라 탠크레디(세라 웨인 콜리스)를 유혹해 의무실의 문을 열어 두게 한 뒤 전깃줄을 타고 교도소 담장을 넘는다. 여의사와 재소자의 로맨스 가능성은….

“전깃줄을 타고 넘어가는 장면은 불가능하다. 국내 교도소 외벽에 설치된 레이저 기기는 안개가 자욱한 날 가끔 습기 때문에 경보가 울릴 정도로 예민하다. 남녀의 로맨스 가능성이야 늘 있지 않나.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의사가 재소자를 치료할 때 남자 직원을 대동한다.”

#국내에서도 가끔 재소자가 탈옥하기도 하는데….

“신창원의 경우, 쇠톱 날로 여러 날에 걸쳐 화장실 창살을 조금씩 잘라낸 뒤 도망갔다. 씹던 껌으로 절단 부분을 살짝 붙이면 감쪽같이 속는다. 요즘은 교도관들이 망치로 두드려 일일이 확인하고 재소자에게 껌도 주지 않는다. 교도소 근무자들은 ‘탈옥’이라는 말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지만, ‘프Q’을 보면 나도 모르게 탈옥수가 된 듯이 마이클의 눈과 마음을 좇아간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