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인들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열심히 공부 안 하면 이라크에 가서 고생한다”는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의 설익은 농담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은 선거 유세 때마다 “미군에 대한 모욕”이라고 이 농담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 말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케리 의원의 농담을 집중 공격하면 정작 자신들이 이라크 주둔 미군에 가한 치명적인 모욕은 슬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충분한 병력도 확보하지 않은 채 이라크에 공격을 개시한 것만큼 미군에 모욕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라크전쟁에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최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파월 독트린’이 아니라 새로운 군사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최소의 군사력으로 문제를 질질 끌다가 패배에 이르는 ‘럼즈펠드 독트린’이 바로 그것이다.
제대로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이라크에 서둘러 병력을 배치한 것만큼 미군에 모욕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일부 군인은 자기 돈으로 방탄복을 사 입고 고철 덩어리로 지프 트럭을 보수해야 할 만큼 상황은 나쁘다. 럼즈펠드 장관은 ‘준비도 안 된 채 서둘러 미군들을 이라크로 보냈다’는 비판이 일자 “있는 대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제대로 된 재건 계획도 없이 전쟁을 시작한 것만큼 미군에 모욕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전후 이라크의 안보 불안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꼬일 대로 꼬인 정치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미군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한쪽에서는 적과 대치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무분별한 석유 소비로 적(敵)의 주머니를 부풀려 주는 것만큼 미군에 모욕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석유에 중독됐다”면서 에너지 과소비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미국산 자동차의 연비 개선을 요구한다든지, 연료세를 도입한다든지, 하다못해 환경보호를 위한 의미 있는 연설을 한다든지 하는 에너지 절약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한편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중동지역에서 계속 에너지를 사들여 이란과 시리아 그리고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에 자금을 대주는 꼴이 되지 않았는가.
많은 사람은 최근 세 차례 선거에서 공화당을 승리로 이끈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을 ‘천재’라고 부른다. 맞는 소리이긴 하다. 그러나 그가 천재인 것은 담배회사가 천재인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담배회사는 우리로 하여금 담배를 사도록 만든다. 로브 차장은 21세기 국가 회복이라는 어젠다 아래서 미국을 통합시키는 전략을 수립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 그가 천재인 진짜 이유는 케리 의원의 실언을 뒤틀고 확대 해석해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실패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려놓는 데 있다.
로브 차장의 선거 전략은 과거 여러 차례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7일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만은 그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이라크전에서 치명적인 무능력을 보여 준 부시 행정부가 이번 선거에서도 다시 상·하원을 장악하게 된다면 미국은 말 그대로 ‘요지경 국가(banana republic)’가 될 것이다. 부정이 난무하고, 돈으로 오염되고, 전문적인 정치꾼들에 의해 분열된 미국의 민주주의는 누더기 신세가 될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