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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이러다간…” 얼어붙은 소비심리

입력 | 2006-07-18 03:05:00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중동사태 확산으로 국제유가는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며 뉴욕 주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으며 기업 실적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 사인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고조되는 경기침체 우려=이달 초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채 수익률 변동 추이를 기준으로 내년 미국 경제를 전망해 본 결과 침체 가능성이 3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전 똑같은 조사에서 침체 가능성은 14%에 불과했다. 민간 경제기관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메릴린치와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는 침체 가능성을 각각 40%와 50%로 내다봤다.

경제지표도 부정적이다. 미 상무부가 14일 발표한 6월 소매판매는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전문가들은 0.4% 증가를 예상했었다. 같은 날 발표된 7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도 83에 머물러 월가 예상치(85.3)보다 낮았다.

전 산업을 포괄하는 거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는 등 2분기(4∼6월) 기업들의 성적표도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다우지수는 사흘 연속 1%대가 넘는 낙폭을 기록하고 있으며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한 주(10∼14일) 동안 다우존스는 3.2%, 나스닥지수는 4.4% 하락했다.

▽급등하는 유가 부담에 ‘휘청’=올해 초까지만 해도 경기 연착륙을 걱정하던 미국 경제가 6개월 만에 침체 위기에 휩싸이게 된 것은 통제 수준을 넘어선 국제유가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전망한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이제는 ‘가정’이 아니라 ‘현실’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유가 급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이상씩 줄어들었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경기 연착륙을 시도하던 FRB는 최근 경기침체와 물가급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다음 달 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버나드 바우몰 경제전망그룹(EOG) 이코노미스트는 “기업투자와 수출이 소비침체를 받쳐왔지만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마저도 위험하게 됐다”면서 “미국 경제가 ‘둔화’에서 ‘침체’로 빠져드는 속도와 정도는 궁극적으로 중동사태가 얼마나 원만하게 해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