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구미시민 다 죽인다-송정동청년회.’
14일 구미시내에는 수출 300억 달러 달성을 축하하는 글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이런 현수막이 걸린 것은 지난달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조치를 발표하면서부터.
지난달 29일 LCD 모니터 등 8개 첨단 업종에 대해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구미시는 비상이 걸렸다.
구미시 관계자는 “결혼식 준비를 하다가 초상을 맞은 격”이라고 표현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 LG마이크론 LG이노텍 LG화학 등 LG 계열사들이 이번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조치에 따라 경기 파주LCD단지 등에 1조7300억 원 가량을 신규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미공단에서 삼성과 LG 두 대기업의 움직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 삼성코닝 등 삼성 계열사 5곳의 생산액이 구미공단 생산액 전체의 51.2%를 차지하며 LG전자 LG필립스LCD LG필립스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 6곳의 생산액은 전체의 29.3%를 차지한다. 공단 전체 근로자 8만 명 중 7만 명이 삼성과 LG 직원 및 하청업체 임직원으로 추산된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당장 구미의 공장을 수도권으로 옮기지 않더라도 수도권 공장 중심으로 신규 투자를 할 경우 현재 구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명이 끝나면 구미의 산업기반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게 지역 경제인들의 우려다.
‘사랑해요 LG’ ‘사랑해요 삼성’ 등의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도 그 같은 위기의식 때문.
구미상공회의소 김정기(金正基) 과장은 “구미공단에 있는 LCD 제조장비 업체 세 곳이 이미 경기 화성 등 수도권으로 본사를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를 포함해 대구와 경북 지역 각계 인사들은 ‘수도권규제완화 반대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청와대와 산업자원부 항의방문, 서울 집회 등을 벌이면서 정부에 수도권 규제 완화조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지역균형발전과 모순”이라며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구미공단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