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가 올해 6월 판매를 시작한 대형 세단 파이브헌드레드에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첨단 기능의 옵션이 없다. 배기량 3000cc인 이 차의 가격은 3880만 원. 국산 그랜저 L330(3464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포드코리아 측은 “주행 성능, 넓은 실내 공간, 연비 등 충실한 기본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과감히 가격을 내렸다”며 “판매 넉 달째인 9월까지 200여 대가 팔렸고 계약 차량도 400여 대로 주문이 밀려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 부가기능을 줄여 가격을 낮춘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핵심(Core) 기능만의 단순함(Simple)’을 강점으로 내세운, 이른바 ‘코지(Cosy) 상품’은 자동차와 전자 기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입차, ‘군살’ 빼고 가격 낮춰
폭스바겐코리아가 12일 선보이는 중형 세단 파사트는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는 대신 가격은 40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파사트는 사이드미러의 눈부심 방지 기능과 CD체인저 등 옵션에 따라 일반 모델인 컴포트와 고급 모델인 프리미엄 두 가지로 나뉘는데 컴포트는 프리미엄보다 200만 원 싸다.
지난해 4월 혼다코리아도 내비게이션을 없앤 스포티 세단 어코드를 2.4 모델은 3390만 원, 3.0모델은 3890만 원에 내놨다. 이들 차량은 올해 8월까지 모두 1911대나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소형 세단 PT크루저도 내비게이션 같은 옵션을 없애고 2990만 원으로 가격을 낮춘 덕에 올해 들어 9월까지 150대가 판매됐다.
볼보코리아 이향림 사장은 “국내에 새로 선보이는 수입차는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은 옵션을 대폭 줄여 가격을 낮춤으로써 고객층을 넓히려는 전략이 대세”라고 말했다.
○전자제품, 항공사에도 ‘탈옵션’ 바람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포드나노는 녹음기, 라디오 기능 등을 생략하고 기본 기능만 갖춘 채 파격적인 가격으로 지난 달 국내에 상륙했다. 2GB 플래시메모리타입은 23만 원으로 같은 용량의 다른 제품보다 10만 원가량 싸다.
애플코리아는 “판매를 시작한 9월 23일 당일에만 1000명 넘게 매장을 방문했으며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1차 판매분이 다 팔렸다”고 말했다.
사전 기능만 갖춘 카시오 전자사전도 시장점유율 30%로 MP3플레이어, 라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전자사전들을 제쳤다. 모델별 가격은 23만∼26만 원으로 복합 기능을 갖춘 전자사전보다 4만∼5만 원가량 싸다.
올해 9월부터 청주∼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한 한성항공은 음료 서비스를 없애고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 등 서비스를 최대한 줄였다. 그 대신 요금은 기존 항공사의 70% 수준으로 낮춰 9월 한 달간 탑승률 84%라는 호응을 얻었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선임연구원은 “불황이 계속됨에 따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갖춘 제품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합당한 비용만 지불하는 ‘똑똑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