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당 주변 인물들을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가 노무현 정부에서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6개 자회사 가운데 4곳은 감사가 정치권 출신이라고 한다. 전력산업에 대한 전문성은 고사하고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사람도 끼어 있다.
공기업은 나라 경제의 중추가 되는 기간산업을 책임지며 해마다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쓴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활개를 치면 경영이 부실화되기 십상이다. 그 폐해는 경제 전반에 미치며 아까운 국민 세금도 샌다. 따라서 부적격자 임명은 나라의 장래를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지금 세계 각국은 좌파정부 우파정부 가리지 않고 공기업 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계기로 공기업 개혁에 시동을 걸었지만 민간기업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교하면 흉내에 그쳤다는 평가다. 낙하산 인사가 걸림돌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지면 노조가 반발하고 ‘낙하산 경영자’는 급여와 복지혜택 등 ‘떡’으로 입을 막는 것이 예정된 코스처럼 돼 왔으니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이런 주고받기 행태가 없어진다 해도 결과는 크게 좋을 리 없다. 핵심 경영진에 최소한의 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앉히면서 입으로만 ‘개혁’을 외친들 누가 수긍하고 따르겠는가.
다음 주면 총선이 끝난다. 변변한 직업은 없으면서 나름대로 여당을 위해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공신’들과 거물급 낙선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공기업 임원 자리가 이들을 위한 ‘전리품’이나 노후 보장 수단으로 점 찍힐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