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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사우디 對서방 관계 달라져…“처지가 이렇게 바뀔줄이야”

입력 | 2004-03-26 18:41:00


25일 영국과 대테러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며 ‘서방의 친구’로 모습을 바꾼 리비아의 변신은 여러모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비된다.

리비아는 미국이 꼽은 대표적인 ‘불량국가’였고,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오랜 미국의 우방이었다.

하지만 이젠 사우디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를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 결별 수순 밟나=9·11테러 용의자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미 행정부 안팎에선 사우디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은 이라크전을 준비하면서 사우디에 있던 미군사령부를 카타르로 옮겼다. 이라크전 이후엔 ‘사우디 용도폐기론’까지 나왔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재두(金載斗) 박사는 “심지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사우디도 가만있지 않았다. 최근 중국 및 러시아의 석유회사와 장기간의 천연가스 유전개발 계약을 체결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계약에 미국 회사가 모두 탈락했다면서 사우디가 앞으로 이들 국가와 강력한 유대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중동민주화 구상’에도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눈엣가시’에서 ‘밀월관계’로=미국에 리비아는 ‘눈엣가시’였다. 35년간 권력을 잡아온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반미 항전을 부르짖었고 미국은 1986년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동하며 ‘고사작전’을 펼쳐왔다.

대립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12월 리비아가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WMD) 보유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급속도로 회복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비아의 WMD 포기 발표를 “경제회생과 정권 유지라는 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통상부 중동국 정용칠(鄭鏞七) 심의관은 “리비아는 이제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대신 경제제재 해제와 서방 국가의 원조란 혜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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