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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MBC '한뼘드라마' 쓰는 6인조 작가집단 '스토리 밴드'

입력 | 2004-02-19 17:52:00

MBC ‘한뼘드라마’ 대본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 집단 ‘스토리 밴드’. 뒷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유평 황경신 전기윤 이인숙 조혜선씨. 조철형씨는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강병기기자


○ 드라마처럼 단편영화처럼

“시간대가 오전 1시잖아요. 시청률 잘 나와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그래도 줄곧 그 시간대 1위래요.”

드라마라기보다 느리고 여운 짙은 단편영화에 가까운 MBC ‘한뼘 드라마’(연출 황인뢰·월화목 밤 12·50, 수 밤 12·40). 1회 방송분은 5분 내외로, 1주일간 방송된 4개의 토막이 하나의 이야기인 ‘한뼘’을 이룬다. 지난해 11월 3일 첫 방영돼 19일에는 16번째 한뼘이 끝났다.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쓰는 이들은 6인조 아마추어 작가 집단 ‘스토리 밴드’. 이들이 써낸 이야기들은 처음부터 파격적이었다. 첫 한뼘인 ‘그녀의 냉장고 속에 있는 것’에서 탤런트 지진희는 냉장고만 있는 빈 집에서 대사가 거의 없이 표정과 몸짓으로만 드라마를 이끌었다.

반면 12화 ‘담배 가게 아가씨’는 흥겹고 역동적이었다. 록 밴드 ‘윤도현 밴드’가 부른 같은 이름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윤도현 밴드’의 네 멤버들이 직접 출연해 한 여자를 놓고 티격태격했다.

소재는 다양하고 엉뚱하다. 뱀파이어처럼 차려 입고 팝콘 위에 케첩을 뿌려먹는 남자, 초콜릿만 배달하는 우체국 등.

○ 20∼40대 남자셋 여자셋 뭉쳐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스토리 밴드’의 멤버 중 5명을 만났다. 이들에 대한 첫 인상은 ‘그녀의 냉장고…’보다 ‘담배가게 아가씨’에 가까웠다.

20∼40대의 남자 셋 여자 셋. 조철형(41·광고회사 ‘레오버넷’ 국장) 황경신(39·월간 ‘페이퍼’ 편집장) 김유평(35·영화사 ‘프로젝트그룹’ 프로듀서) 이인숙(26·‘페이퍼’ 객원기자) 조혜선(26·아리랑TV 구성작가) 전기윤씨(23·아주대 사회과학부 3학년)가 그들이다.

이들은 대학 동아리나 ‘페이퍼’를 통해 서로 알게 됐으며, 2003년 5월 서로 뭉쳐 첫 작품으로 OK 캐쉬백 광고 ‘49일간의 추리 이벤트’ 대본을 썼다. 황인뢰 PD는 황 편집장이 페이퍼에 썼던 단편들을 읽고 새로운 드라마를 하자고 제안했다.

한뼘의 대표 집필을 자주 맡는 황 편집장은 공동작업의 장점에 대해 “나로서는 20대 남자가 어떤 상황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 알기 어렵다”며 젊은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높이 샀다. 20대 멤버들은 “선배들과 함께 작업하며 스토리작법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6명은 남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긴 하나 취향이 비슷하지는 않다.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도 크게 다르다.

○ 결말은 있되 결론은 없다

그래서인지 ‘한뼘 드라마’에 결말은 있되 결론은 없다. 윤도현이 담배가게 아가씨에게 꽃을 주러 가지만 그 뒤의 일은 알 수 없다. 그들은 시청자가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기를 원한다.

이런 여운에 대해 “‘한뼘 드라마’, 짧고 굵게 잘 봤습니다”(KHY8000) “느리고 아무 진전이 없는 듯해도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KJKJHIHI) 등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시청률을 얻기에는 불리한 시간대지만, ‘한뼘 드라마’는 고요한 심야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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