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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가족을 모셔라”…기업들 ‘내부고객' 문화이벤트 다채

입력 | 2003-12-14 17:27:00


이랜드는 10월 대리급 직원들의 아내 28명을 초대해 1박2일간 회사 소개 특강을 했다. 행사 마지막 날. 대형 TV화면에서 남편들이 아내에게 보내는 절절한 영상편지가 나오자 행사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어 행사장에 숨어 있던 남편들이 꽃다발을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행사에 참가한 아내들에게는 이랜드 ‘명예사원증’과 친정 부모를 위한 호텔(강원 속초시) 1박2일 가족 숙박권 등이 주어졌다.

아내가 행사에 참가한 한 직원은 “입사 초 회사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와 갈등을 겪으며 외롭게 회사 생활을 했는데 결혼 11년 만에 든든한 동반자를 얻은 기분”이라며 회사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내부 고객’인 사원들을 만족시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원 가족들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조기 퇴직으로 움츠러든 사원 가족들에게 회사가 나서서 믿음을 주겠다는 것. 가족이 화목하면 일도 잘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셈이다.

▽사원 가족을 감동시켜라=이랜드는 오페라 ‘아이다’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등 문화행사에 직원 가족들을 초대하고 있다. 또 내년 초 직원 가족 동반 3박4일 스키캠프를 열 계획.

이랜드 인재개발팀 이경미 차장은 “사원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랜드 패밀리’라는 공감대를 심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단말기 등을 생산하는 이레전자는 본사와 협력업체 직원 900여명에게 가족당 50kg씩 김장김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20일에는 경기 광명시 시립체육관에서 본사 및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송년행사를 연다.

이 회사 한태룡 과장은 “협력업체 직원의 가족들도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택배업체 CJ GLS는 콜센터 직원 100명 중 30명을 사원 가족으로 채용한다. 사원 가족에게 일자리를 주고 이들의 애사심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것.

▽사원 가족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태평양은 9월 사원 가족의 평생학습을 위해 ‘e-가족 캠퍼스’를 열었다. 현재 직원 가족 8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미용 건강 요리 자녀교육 등 26개 전문 강좌와 의학 법률 재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 등으로 짜여져 있다. 또 여러 가지 유료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가족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준다.

이 회사 김형길 부장은 “일부 강좌는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라며 “직원과 가족들의 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현대기아 사이버 주부대학’과 중고생 자녀를 위한 ‘기아자녀교실’ 등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