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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충청권 약진 민주 호남텃밭 흔들…재보선 票心분석

입력 | 2003-10-30 23:05:00


10·30 재·보선 결과를 전국적인 정치민심의 가늠자로 보기엔 무리가 없지 않다.

이날 기초단체장 선거가 실시된 곳이 충청권(충북 음성, 증평군과 충남 계룡시) 3곳과 경남(통영시) 1곳 등 4곳에 불과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재신임 국민투표와 대선자금 파문 정국에 대한 여론의 심판장이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이 내년 4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별로 적잖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단 충청권에서 자민련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자민련은 충청권 3곳의 기초단체장 선거 중 음성군과 계룡시에서 승리했다. 3곳에 모두 후보를 낸 한나라당은 충북 증평군에서만 이겼고, 증평군과 계룡시 2곳에 후보를 낸 민주당은 모두 참패했다.

이와 관련, 정당 지지도로는 충청권에서도 3위를 면치 못하던 자민련이지만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충청권에서 유력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자민련은 보고 있다.

이봉학(李鳳學) 사무총장은 “충청권 저변에서는 그간 자민련이 한나라당에 너무 당해 왔다는 식의 뿌리 깊은 지역정서가 확산돼 왔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한나라당과의 양자대결로 치러진 충청권 기초단체장 2곳 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도 “충청을 대변하는 자민련을 지켜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이심전심의 발로라는 설명이다.

통영시장 선거의 경우 당선된 진의장(陳義丈·무소속)씨가 열린우리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정해주(鄭海(주,반)) 진주산업대 총장의 ‘지원사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우리당의 영남 교두보 확보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직전 통영시장이 무소속이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인물 대결’의 결과라고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은 “이번 재·보선엔 중앙당에서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특별한 이변도 없었다”면서도 “지역민들의 심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과 우리당은 광주시내 기초의원 선거 2곳 모두에서 사실상 우리당 소속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자 희비가 엇갈렸다. 정당개념이 약한 기초의원 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호남텃밭’이 흔들리면서 무소속 또는 신당 후보들에게 고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다.

우리당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안했는데도 광주에서 모두 당선된 것은 침묵하는 광주시민의 정치의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기초의원 선거는 정당 표심으로서의 의미가 없고, 통영에서 무소속 후보의 당선도 후보 개인의 역량 문제”라고 분석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