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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소장파 장교들 쿠데타

입력 | 2003-07-27 16:40:00


저임과 부정부패 등에 항의하는 20여명의 필리핀 젊은 장교들이 자신들의 현 정부 전복음모가 사전에 발각되자 27일 수도 마닐라 시내 대형 복합 쇼핑센터 건물을 장악하고 정부군과 중무장 대치했다.

AP AFP 등 외신은 이날 새벽 이들이 마닐라의 금융 중심인 마카티구역의 아얄라센터 쇼핑몰에 들이닥쳐 쇼핑몰 외곽에 방어용 부비트랩(인계철선)을 설치하고 저격병을 배치하는 등 마닐라 시내가 극도의 긴장에 빠졌다고 타전했다.

아얄라 쇼핑센터에는 2개의 백화점과 고급호텔, 외국인 전용 숙박시설(오크우드 타워) 등이 들어서 있지만 이날 점거과정에서 억류됐던 외국인 관광객 등 인질들은 사상자 없이 대부분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란군 대변인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해군대위는 성명을 통해 "필리핀 군 지휘부와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성명은 그 배경으로 "아로요 정부가 필리핀 반군들에게 총기와 화약을 밀매하고 일련의 폭탄테러를 사주했으며 다음달 계엄령을 선포할 계획까지 세워놓았다"고 맹비난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아얄라 센터의 반란군 세력에게 일단 '이날 오후 6시까지 투항하라'고 통첩했으며 에마누엘 테오도시오 소장 등 정부군 대표들이 반란군 주동자들을 막바지 설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아로요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궁에서 라디오로 중계된 국민 담화를 통해 "일부 소장파 장교들이 주도한 쿠데타 음모를 적발했다며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이들을 즉각 검거하라고 군 경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나르시소 아바야 통합군사령관은 대통령 담화 발표 직후 아로요 정부에 대한 절대적 지지 입장을 밝혔으며 미국 국무부도 "아로요 정부를 지지하며 쿠데타는 즉각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전복을 시도한 장교 10명은 95∼97년 사이 필리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최정예 군 엘리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80년대 이후 7차례의 유혈 쿠데타를 겪은 필리핀은 2001년 1월 군부가 부정부패 혐의로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을 쫓아내고 부통령인 아로요를 대통령으로 옹립했으나 정치불안이 사라지지 않고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