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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카운트다운]시민들 석유통 쌓고 항전 태세

입력 | 2003-03-19 18:37:00


이라크도 전쟁 태세에 돌입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라크 지도부는 18일 군사회의를 열어 전쟁계획을 점검했으며, 시민들도 공습 교란용 연막을 피우기 위해 시내 곳곳에 석유통과 장작을 쌓는 등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라크 화폐인 디나르의 가치는 뚝 떨어진 반면 생필품 가격은 치솟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영업을 멈췄다. 한편 사담 후세인 국제공항은 이라크를 떠나려는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 테면 와 봐라”=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의 침공에 대비해 군을 전시편제로 전환했으며 군 병력이 병영에서 나와 참호와 지하 벙커로 이동하고 있다고 USA투데이 인터넷판이 18일 전했다. 이라크 국경에서 약 56㎞ 떨어진 곳에 주둔한 미 제1해병원정군 제임스 컨웨이 사령관은 “이라크 전역에서 (군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을 격퇴시킬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고위 보좌관들과 군사회의를 열었다고 이라크 국영 TV가 18일 보도했다. 그는 최고집행기구인 혁명위원회를 소집한데 이어 둘째아들 쿠사이가 지휘하는 정예 공화국수비대 지휘관들을 불러 군사회의를 갖고 전쟁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바그다드 시민 5000여명은 이날 소총을 흔들면서 시가행진을 벌였다. 어린이까지 참가한 시위대들은 “후세인 대통령에게 피와 영혼을 바치겠다”며 ‘성스러운 투쟁’을 위한 항전 의지를 밝혔다.

▽깡통식품 값이 금값=오래 보관이 되는 식품, 솜, 반창고 등 기본 의약품 등의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카드히미야구(區)의 한 약국 운영자는 “솜, 정수용 조각 비누, 외과 수술용 마스크 등이 모두 동났다”고 말했다. 식료품상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전력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장기 보관이 되는 캔식품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바그다드 전역의 식품 가격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후 통첩이 발표된 지 몇 시간만에 2배에서 4배까지 폭등했다.

사람들이 달러나 금을 보유하려 해 디나르화 가치는 폭락했다. 1주일 전만 해도 1달러가 약 2200디나르에 거래됐으나 18일에는 3000디나르였다.

임산부 11명은 공습 중에 출산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라크의 젊은 커플들은 서둘러 약혼을 하고 있다.

▽이라크 빠져나가기 행렬=사담 후세인 국제공항에서는 18일 유일한 행선지인 요르단과 시리아로 떠나는 비행기의 남은 좌석을 차지하고자 수백명이 쟁탈전을 벌였다.

중국 독일 체코 그리스 프랑스 등의 주 이라크 외교관들이 이라크를 떠나 요르단 등지로 옮겼으며, 한때 수백명에 달했던 외국 취재기자들도 대부분 철수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유엔사찰단에 철수 명령을 내림에 따라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112명의 유엔 스태프가 18일 이라크를 떠났다. 이에 대해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사찰단이 철수한 것은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침략의 길을 터준 것”이라며 “유엔이 국제적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정권의 일부 고위 관리들도 이라크 탈출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가 이날 정오부터 이라크 인접 국경을 봉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외신 종합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