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실무진 사전답사가 5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판문점을 거치지 않고 다른 지역의 도로를 통해 남북을 왕래하는 것은 1953년 휴전협정 발효 이후 처음이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김윤규(金潤圭) 사장, 정부 및 관광업체 관계자 등 100여명의 사전답사단은 이날 오후 2시경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설치된 임시 출입국 관리시설(CIQ)을 출발, 비무장지대(DMZ) 내 임시 연결도로를 통해 금강산에 도착했다.
현대아산은 사전답사에 문제가 없으면 2차례의 시범관광을 거쳐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육로관광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날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에 앞서 취재진이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자 “잘 모르겠다”면서 즉답을 회피하거나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대북사업은 현대만의 독점사업이 아닌 국가적인 사업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완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추진해왔다”며 “2000년 북측의 사회간접자본과 기간산업시설에 대한 30년간 사업권을 확보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남북 사이에 많은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사업 같은) 대북사업은 우리(현대)가 아니면 나서는 데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5일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 답사를 위해 강원 고성군에 마련된 남측 임시 출입국관리시설(CIQ)에 도착한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오른쪽)과 김윤규 사장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고성=전영한기자
현대전자의 1억달러 북한 송금설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으며, 대북 송금을 지시했거나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감사원에 대출금 명세를 제출하기 전 보고를 받은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정 회장은 이 밖에 2001년 5월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신병치료차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에 대해선 “섭섭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갈등설을 일부 시인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