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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얼노리나]"경제제재 풀어라" 유엔압박 전략

입력 | 1999-11-23 19:57:00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조치는 자국과 서방 석유수입국들의 경제를 볼모로 잡아 유엔의 대(對)이라크 제재를 풀게 하겠다는 전술이다. 고(高)유가를 무기로 9년째인 서방의 이라크 제재를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유가가 급상승하는 시점을 선택함으로써 그런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라크가 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유엔은 이라크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석유와 상품의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자 이라크 국민은 식량난과 물자부족에 허덕였다. 이에 유엔은 96년12월 이라크가 식량과 의약품 구입용으로 6개월마다 52억달러 어치의 원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이라크의 거의 유일한 돈줄이었다.

그러나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 ‘6개월’을 ‘2주’로 단축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사찰과 경제제재를 연계하기 위해서였다. 이라크는 이에 반발해 석유수출을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UNSCOM)의 사찰을 거부한 이후 유엔은 사찰재개 방안을 모색해왔다. 미국은 이라크가 사찰을 허용하면 경제제재를 일시정지하고 100일마다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라크와 러시아는 무기사찰과 관계없이 제재를 즉각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은 서방의 무기사찰에 대한 역공(逆攻)이기도 하다.

미국은 유엔의 사찰이 거부된 1년여 동안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다시 개발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라크 제재를 즉각 해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제재 속에서도 구호물자가 이라크에 유입되고 있다. 때문에 이라크는 서방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속성으로 보아도 그렇다.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