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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美서점가 첫선…문고판 크기에 200권 내용

입력 | 1999-02-03 19:34:00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대학교(NYU)앞 반즈 앤드 노블 서점에는 지난 크리스마스부터 새로운 판매 코너가 등장했다.

‘아톰이 아니라 비트로 셰익스피어를 읽는다’는 선전문구와 함께 새로운 종류의 책이 진열대에 놓였다. 흔히 e북(eBook)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전자책’이다.

전자책은 개인정보단말기(PDA)처럼 휴대할 수 있는 책 모양의 전자기기.

크기는 서점에 진열된 문고판 정도이고 무게는 1㎏안팎. 하지만 한권에 최대 5만쪽까지 수록할 수 있다. 보통 책으로 따지면 2백권 분량인 셈.

디스플레이 옆의 작은 버튼을 누르면 책장이 넘어간다. 간단한 조작으로 색인과 자료 검색을 할 수 있고 메모를 남기거나 줄을 그을 수도 있다.

또 사전이 내장돼 있어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따로 사전을 뒤적일 필요가 없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출판한 경제서적부터 베스트셀러 작가의 추리물까지 어떤 내용이든 담아서 읽을 수 있다.

신간의 입력은 전화와 컴퓨터를 이용한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전자책과 판매회사를 전화로 연결한 뒤 버튼 한번만 누르면 바로 신간이 입력된다. 인터넷을 통해 신간을 다운 받은 뒤 컴퓨터와 전자책을 연결해 입력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시장에 나와 있는 전자책은 2종.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누보미디어가 내놓은 ‘로켓 e북’에 이어 소프트북 프레스가 좀 더 무겁고 호사스러운 디자인의 ‘소프트북’을 출시했다.곧 ‘에브리북’이라는 전자책도 가세할 예정.

전자책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시킬 전망이다. 전자책 한권에 초등학교 6년간 교과서를 다 수록할 수 있어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에서 해방될 수 있다.

전자책 한 권만 6년 동안 들고 등교하면 된다. 장기간 휴가를 갈 때도 좋다. 기숙사 등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밤에 불을 켜놓지 않고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당장은 종이책을 위협할 만큼 독자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흑백 디스플레이는 2백∼5백달러, 컬러는 1천6백달러로 상당히 부담스럽다.

게다가 전자책에서 읽을 수 있도록 나온 컨텐츠를 온라인서점에서 다운로드하려면 보통 책 한 권당 20달러를 내야한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전자책 판매고가 많지는 않다”면서 “책가격 1백달러, 소프트웨어 5달러 이하선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널리 보급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5년내에 길거리에서 쉽게 전자책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재고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출판업계로부터도 환영받고 있다.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