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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風 수사]「흑금성 공작」 누가 시켰을까?

입력 | 1998-03-23 21:00:00


안기부 공작원인 ‘흑금성’ 박채서(朴采緖)씨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북풍조작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안기부의 조사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기부는 현재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이 작성한 ‘해외공작원 정보보고’문건에 올라있는 흑금성 박씨와 관련된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닌 쪽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는 우선 박씨와 박씨의 윗선인 안기부 공작관(서기관)에 대한 조사결과 박씨가 북한공작원의 지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구 안기부세력의 조직적인 지시에 의해 북풍공작에 관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기부는 특히 박씨가 조사과정에서 “안기부 공작관에게서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의원과 천용택(千容宅·현국방장관)의원을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유인, 북한인사와 접촉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놓은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씨는 대선당시 김대중(金大中)후보를 지지하는 마음이 생겨 국민회의측에 안기부의 북풍공작을 제보하다 안기부 공작관 등에게 들켜 역으로 안기부의 북풍조작에 관여하게됐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안기부는 그러나 구 안기부세력이 박씨에게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측에게도 접근, 북풍공작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봐서 박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부는 또 구 안기부세력들이 북한의 간첩으로 지목한 중국 조선족 허동웅씨가 간첩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김대중대통령과 아들 김홍일(金弘一)의원이 허씨를 매개로 북한과 연계됐다는 부분도 조작된 것으로 결론내렸다.

안기부 관계자는 “허씨가 자신이 북한의 간첩이라는 얘기를 듣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언제든지 당국의 조사에 응하겠다고 해 검찰에서 조사했으나 단순한 통역으로 확인됐다”며 “허씨가 간첩이면 그냥 돌려보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안기부조사에서 박씨가 남쪽은 물론 북쪽으로부터도 공작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알려져 ‘이중간첩’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안기부의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여야의 입장은 아주 상반된다.

여권은 구 안기부세력이 박씨를 이용해 야당에 대한 북풍공작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반응이다.

북풍공작은 구 안기부세력이 구여권과 연계된 야당파괴공작인데 북풍조작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당시 야당을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처사라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주장은 북풍공작은 흑금성 박씨가 북한공작원의 지령에 의해 야당인사들을 접촉한 것인데 여권이 이 문제를 희석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대성파일’에 나타난 국민회의측 인사들이 흑금성 박씨가 북한과 연계된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접촉한 것은 ‘대북 커넥션’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김차수·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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