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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군 위안부의 「인권」

입력 | 1998-03-15 21:42:00


일본군위안부 인권문제가 오늘부터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4차 유엔인권위원회에 다시 의제로 오른다. 유엔인권위원회는 92년의 제48차 회의 때부터 꾸준히 위안부문제를 논의,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지만 일본은 아직도 ‘정신대 할머니들’의 반세기 한을 풀어줄 정부차원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위안부문제에 관한 한 일본정부가 아무리 책임을 회피하려 해도 이를 믿을 사람은 없다. 국제사회가 일본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을 촉구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국제사회의 규탄에 귀를 기울이는 기색이 없다.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도 65년 한일 청구권협상에서 국가배상이 일단락됐다며 민간기금으로 모은 얼마씩의 돈을 들고 회유하는 중이다.

일본정부가 군대위안부 문제에 왜 1차적 책임을 지고 진상규명을 해야 하며 정부차원의 적절한 배상과 사죄를 해야 하는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 96년 제52차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과 작년 3월의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보고서, 8월의 유엔인권소위 결의안에서도 이 문제의 성격과 처리방향은 분명히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먼저 보상금을 지급한 뒤 이를 일본정부에 청구하는 ‘선(先)보상 후(後)청구’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것은 ‘국가배상 책임 소멸’을 고집하는 일본에 대해 정부차원의 진상규명과 배상을 요구하는 우리의 뜻을 더욱 강력히 표명하는 효과적인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피해자들의 자연연령으로 보아도 더 이상 미적거릴 여유가 없다. 선보상으로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의 여생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줄 책임은 우리 정부에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문제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군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법’이 제정된 것이 겨우 5년 전인 93년이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피해자수는 1백50여명이나 신분노출을 꺼려 등록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직도 사회의 무관심 속에 불운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적극 돌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얼마 전 중국에서 생존이 확인된 5명의 위안부 할머니도 진작 정부가 나서 소재 파악과 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피해자들이다.

뒤늦은 대로 새 정부가 인권차원에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과 배상을 촉구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정신대 할머니들’의 짓밟힌 인권은 어떠한 대가로도 회복하기 어렵다. 이번 유엔인권위원회는 그같이 처참한 인권유린에 초점을 맞춰 위안부문제 해결의 획기적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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