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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망자」실제주인공,44년만에 아내살해 누명 벗어

입력 | 1998-03-06 20:11:00


영화와 TV시리즈물로 만들어졌던 ‘도망자’의 실제 주인공인 의사 샘 셰퍼드가 사건발생 44년만에 드디어 누명을 벗었다.

더구나 ‘도망자의 누명 벗기기’는 숨진 셰퍼드의 아들이 수십년에 걸친 끈질긴 추적끝에 성공한 것이어서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셰퍼드의 아들인 샘 리스의 변호인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셰퍼드의 유해에 묻어있던 혈액이 피살된 부인 매릴린의 것이 아니고 그들 부부 집의 유리창 청소를 맡았던 리처드 에벨링이라는 사람의 것이라고 공개했다. 또 매릴린의 몸에서 채취된 정액도 에벨링의 것과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명한 의사였던 셰퍼드는 임신한 아내 매릴린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그는 낯선 사람이 아내를 공격하고 있어 몸싸움을 벌여 격퇴했지만 이미 아내는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살인자의 누명을 벗지 못했다. 그가 범인을 잡기 위해 도망다니다가 체포된 것도 유죄평결을 받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그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0년을 복역하다 66년 대법원의 증거불충분 판결로 석방됐으나 4년만에 화병으로 사망했다.

‘도망자의 아들’도 집요했다. 최소한 아버지의 명예만이라도 되찾기로 결심하고 사건을 처음부터 파헤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아버지의 무덤을 파내 시신에서 혈액을 채취한 뒤 어머니의 몸에서 채취된 정액(검찰보관)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DNA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그리고 에벨링의 유전자와 비교토록 했다. 사건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에벨링은 84년 한 여인을 살해, 현재 수감중이다.

샘 리스는 이와 함께 오하이오주 대법원에 아버지의 부당한 투옥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검찰은 사건현장이 이미 훼손돼 검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이지만 ‘도망자의 아들’이 소송에서 이기면 주정부로부터 2백만달러를 받게된다.

올해 50세인 샘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긴 뒤 “중요한 것은 진실을 규명해 부모님의 한을 푸는 것이지 돈이 아니다”라며 울먹였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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