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 부도로 대기업 부도 도미노의 재연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종합금융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부실여신이 늘어나는 데서 오는 자금 유동성 부족과 수익성 악화를 견디다 못해 부도를 내는 종금사가 나올지 모른다는 전망이 금융계 내부에서도 설득력있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계는 종금업계의 한보 삼미 한신공영 진로 대농 기아 쌍방울 태일정밀 등에 대한 여신이 4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일 부도를 낸 해태그룹에 대한 종금사의 여신도 9월말 현재 1조7천억원을 넘어 부담이 적지 않다. 화의나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은 종금사에 대개 연 6%의 이자를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는 종금사 조달금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수신고도 지난달 들어 크게 줄었다. 종금사들의 수신 동향을 보면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어음매출은 3조8천73억원이 줄었고 어음관리계좌(CMA)는 3천35억원이 감소했다. 종금사의 자체발행어음만 2조1천3백89억원 늘었으나 전체 수신은 1조9천7백19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 경영난보다 심각한 것이 해외자금 차입난이다. 모종금사 사장은 『종금사가 부도를 낸다면 국내보다 해외가 먼저라고 봐도 좋을 만큼 종금업계의 해외차입난은 막다른 골목에 와있다』면서 『지난달 30일에는 일부 종금사들이 밤 11시가 지난 뒤 뉴욕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고 전했다. 종금사들은 해외에서 자금차입이 어렵자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지만 최근 외환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져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종금사들은 지난 7월 현재 1백96억달러의 외화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단기로 60%를 조달, 80%를 장기로 운용하고 있어 한국 금융기관들의 신인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위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