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중 보르도지역 치안 부책임자로 있으면서 수많은 유태인들을 나치수용소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는 프랑스의 마지막 전범 모리스 파퐁(87)에 대한 「반(反)인류범죄」 재판이 8일 보르도 중죄법원에서 시작됐다. 오는 12월31일 최종 판결이 내려질 이번 재판은 파퐁의 반인류범죄에 대한 단죄뿐 아니라 나치에 협력했던 비시정권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퐁은 보르도지역내 유태인 1천5백60명을 체포,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81년 희생자 가족들에 의해 고발된뒤 16년간의 사법심의 끝에 지난해 9월 비로소 재판 회부 결정이 내려졌다. 프랑스에서는 반인류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없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파퐁은 종신형을 받는다. 파퐁은 나치의 프랑스 지배가 끝난 뒤에도 샤를 드골 대통령의 후원 아래 파리 경찰국장을 지냈으며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시절에는 예산장관을 역임하는 등 프랑스 정계에서도 거물로 행세했다. 그는 유태인을 추방한 혐의에 대해서는 비시정권의 유태인조치법을 정당하게 집행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공무원이 법의 잘못을 따져가며 일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엄한 경계속에 치러질 이번 재판에는 증인만 1백40여명이 출두한다. 파퐁의 재판을 보는 프랑스인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72%의 프랑스인들은 그가 사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나치 점령하의 부역 혐의를 새삼스레 들추는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현재 보르도시 시장인 알랭 쥐페 전총리는 『과거를 직시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재차 헤집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이번 재판에 대한 복합적인 심기를 드러냈다. 파퐁에 대한 반인류범죄 재판은 2차대전 당시 리옹지역 게슈타포 책임자 클라우스 바르비 및 리옹지역 프랑스군 책임자 폴 투비에에 이어 세번째다. 〈파리〓김상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