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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쟁력없는 기업 도태는 당연

입력 | 1997-03-20 20:09:00


한보그룹 부도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계서열 26위의 삼미그룹이 도산했다. 삼미 부도는 가뜩이나 어려운 침체경제를 강타, 부도 도미노와 경제공황의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대기업 도산으로 금융권의 돈줄이 막힐 경우 제2,제3의 삼미사태가 잇따를지도 모른다. 대기업 부도는 필연적으로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수많은 거래기업 및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삼미그룹의 도산은 빚더미 재무구조, 무리한 사업확장, 전근대적 기업경영에서 이미 예고되어 왔다. 한보와 삼미의 잇단 도산은 차입(借入) 경영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대기업들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기업 부도는 있을 수 없다」는 한국적 신화(神話)는 사라진지 오래다. 부실기업이 도태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부실기업정리는 불가피하다. 삼미도산의 교훈은 한마디로 쓰러질 기업은 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무한경쟁시대에 우리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냉엄한 경제논리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업의 체질강화를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경쟁력없는 기업에 무작정 금융지원을 해봤자경쟁력은 자꾸 떨어지고 마침내 부실경영으로 쓰러지게 되면 그 결과는 국민부담으로 돌아온다. 기업과 노조는 이 점을 똑바로 보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법정관리신청을 낸 삼미그룹의 사후처리는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부도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이 금융불안과 외환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4∼5월 금융대란설이 나오고 있다. 삼미부도에 이어 몇몇 기업의 후속부도설이 나돌면서 자금흐름이 극도로 왜곡돼 있고 은행들의 이른바 준법대출도 확산되고 있다. 자금흐름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멀쩡한 기업도 일시적인 자금경색으로 흑자도산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게 될 삼미그룹의 거래기업과 하청업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보부도로 실추된 국내은행과 기업의 대외신인도가 또 다시 크게 떨어져 해외에서의 외화차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은행들은 우리 은행에 대한 장기대출을 꺼리고 단기채의 금리도 크게 올려받기에 이르렀다. 금융기관의 외화조달마저 차질을 빚게 되면 환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우려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삼미그룹의 엄청난 자금조달과 관련, 「제2의 한보」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외압과 특혜없이 자기자본의 무려 26배가 넘는 은행빚을 어떻게 끌어 쓸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차제에 도산할 기업의 도태는 당연하지만 그같은 의혹에 대한 진상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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