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빌 게이츠칼럼]「사생활보호」로 돈버는 법

입력 | 1997-02-03 20:07:00


[정리〓김승환기자] 나는 전화번호부에 있는 우리집 전화번호를 쓰지 않는다. 몇년전만 해도 낯선 사람에게서 간혹 걸려오는 전화를 참고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규모가 커지고 「빌 게이츠」라는 이름이 유명해지면서부터 이상한 전화에 밤낮을 시달리다 전화번호를 바꿔버렸다. 현대 정보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원치 않는 통신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저녁 식사시간에 세일즈맨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쓸데없는 전자우편이 개인 전자우편함에 산더미처럼 쌓인다. 또 필요도 없는 팩스가 수시로 밀려 쌓이기도 한다. 한밤중에 잘못 걸려온 전화에 잠을 깨면 더 이상 정보통신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전화기에 자동응답기를 붙여 낯선 전화를 받지 않으려는 사람도 생긴다. 또 전화를 건 사람의 전화번호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신청한다. 전화번호를 아예 등록하지 않거나 밤에는 전화코드를 빼버리는 사람도 있다. 현재 미국에는 4가구당 1가구의 전화번호가 전화번호부에서 빠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사생활 보호용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비용이 더 들고 희생이 따를 수 있다. 만일 전화번호부에 번호를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가 전화번호를 깜박 잊어버렸다면 당신의 전화번호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또 비상사태가 생겨 긴급구조를 받을 때도 자동으로 전화번호가 지리(地理)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지 않아 긴급 출동이 늦어질 수도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정보통신생활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 통화를 막거나 사생활용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이 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만 연결시켜주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 직장 동료는 아침에만 집으로 전화를 걸 수 있게 하고 친구의 전화는 밤에만 연결시킬 수도 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언제든지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낯선 사람의 전화는 자동응답으로 나중에 한꺼번에 들어볼 수 있다. 이같은 일들은 집에 있는 PC에 몇가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전화를 연결시킨 후 「디지털 안내양」 역할을 맡기면 된다. 전자우편도 마찬가지다. 직장 상사로부터 온 전자우편은 즉시 PC 모니터 화면에 뜨게 한다. 상품광고 전자우편은 우편함의 밑바닥에 보관할 수 있는 전자우편 관리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 생활을 보호하면서도 풍요로운 정보통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무궁무진한 시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