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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삼성에 9조 보조금… 마냥 반길 수 없게 하는 韓 일자리 사정

 美, 삼성에 9조 보조금… 마냥 반길 수 없게 하는 韓 일자리 사정

Posted April. 17, 2024 08:31,   

Updated April. 17, 202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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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서 9조 원(64억 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게 됐다. 앞서 확정된 미국 인텔의 85억 달러, 대만 TSMC의 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액수는 인텔, 대만보다 오히려 많다고 한다.

400억 달러가 넘는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은 건 다행스런 일이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삼성전자가 16%로 10.2%인 TSMC, 8.5%인 인텔보다 높다. 텍사스주 태일러시 공장 등에 대한 투자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6배로 늘리고, 최첨단 2나노미터 칩 등 첨단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계획에 미국이 화답한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번 일을 반갑게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총 527억 달러의 지원책이 포함된 미국 ‘반도체법’의 목표는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을 줄여 2030년까지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로 미국에 만들어질 2만 개 이상 일자리를 보는 마음도 편할 수만은 없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자국 주도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짜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다른 선택을 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의 투자를 선진국들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걸 방치만 해선 곤란하다. 20년 간 360조 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 삼성전자 등을 지원해 연구개발(R&D) 핵심역량과 첨단 생산기반, 양질의 일자리를 국내에 남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에 맞대응할 인센티브 제도와 인재 육성책이 꼭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