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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발사에도 ‘도발’이라 말 못한 南

Posted October. 20, 2021 08:52,   

Updated October. 20, 202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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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어제 오전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군이 밝혔다. 북한의 SLBM 발사는 2019년 10월 ‘북극성-3형’의 발사 이후 2년 만이다.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청와대를 통해 “깊은 유감”을 밝혔다.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은 적의 레이다망을 피해 은밀히 접근해 핵 공격을 할 수 있어 전쟁의 판세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전략폭격기, 장거리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핵 3축’이기도 하다. 이렇기에 SLBM 발사는 북한이 올해 나섰던 이전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적인 신호다. 북한은 2019년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서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했고, 이것이 한반도 정세 악화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SLBM 발사로 그 ‘레드라인’의 바로 아래까지 수위가 올라갔다.

 무엇보다 이번 도발이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한미일의 노력이 분주했던 가운데 나와 더욱 우려가 크다. 19일 워싱턴에서는 한미 북핵수석 대표가 만났고, 같은 날 서울에서 한미일 정보수장들이 회동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안을 했고, 종전선언에도 예전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무력시위가 더 큰 도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인지, 대화를 앞두고 한껏 판을 키우기 위한 상투적인 전략인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긴 어렵다. 이런 종잡기 어려운 북한 행보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원칙이 확고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의 버티기 작전에 종전선언에 이어 백신 지원 얘기까지 꺼내더니 대남타격용 SLBM 발사에도 ‘도발’이 아닌 ‘깊은 유감’이라는 맥 빠진 대응만 정부는 내놓았다. 지난달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언급한 것을 문제 삼은 이후 해당 표현이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북한 의도대로 끌려 다니다가는 대화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평양의 태도는 더욱 오만방자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