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한 자치구의 6급 주무관은 사실상 단 한 명의 민원인을 ‘전담 마크’하고 있다. 상대는 20년 넘게 재개발 보상금 1000억 원을 요구하는 60대 여성이다. 이미 일부 보상이 이뤄졌고 그가 주장하는 자치구의 과실도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거의 매일 구청을 드나들며 “구청장 나오라”고 고성을 지르는 통에 아예 전담 직원을 두기로 한 것이다. 그가 방문하면 담당 주무관은 몇 시간이고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사실상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소수의 반복 민원이 행정을 마비시키는 사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1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와 231개 시군구에 접수된 민원은 총 4152만3945건이다. 그런데 연도별로 각 지자체의 최다 민원인 10명이 제기한 민원이 188만1991건에 달했다. 전체 민원인(334만 명)의 0.01%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전체 민원 비중의 4.5%를 차지한 것이다.
지자체·연도별 민원 상위 1명이 제기한 민원도 5년간 67만 건이 넘었다. 이들이 제기한 민원만 모아도 하루 평균 368건꼴이다. 대다수는 토씨만 바꿔 사실상 같은 내용을 ‘복붙’하거나,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민원 문건을 대량 생산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다. 이를 두고 각 지자체 민원 담당자들은 “비슷한 민원이라도 모두 대응할 수밖에 없어 극소수가 행정력의 낭비를 일으키며 다수의 권리를 빼앗는 게 일상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연 lotu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