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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중독’ 빅테크 책임 물은 美 법원… 韓도 본격 논의를

‘SNS 중독’ 빅테크 책임 물은 美 법원… 韓도 본격 논의를

Posted March. 27, 2026 09:11,   

Updated March. 27, 2026 09:11


미국 법원이 중독성 강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체계를 운영해 미성년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다며 메타, 구글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25일 판결했다. 미국의 다른 법원은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아동 성 착취를 알고도 은폐했다”는 등의 이유로 수천억 원 손해 배상 판결을 내렸다. 글로벌 SNS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빅 테크’들에게 도덕적·법률적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법원 배심원단은“6살 때부터 유튜브를, 9살 때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돼 멈추려 해도 도저히 사용을 멈출 수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20세 여성의 주장을 받아들여 메타와 구글이 총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보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이 여성은 두 플랫폼의 ‘좋아요’와 ‘알림’ 기능, 외모를 바꿔주는 ‘필터’ 기능이 중독을 야기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윤을 얻기 위해 ‘중독적 알고리즘’을 만든 기업의 책임을 미국 법원이 처음 인정한 것이다. 앞서 뉴멕시코주 배심원단은 메타가 아동 음란물 공유 등에서 어린이를 보호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주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메타엔 3억7500만 달러(약 5600억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SNS 알고리즘의 폐해, SNS를 통해 유통되는 불법 콘텐츠 사안에서 한국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한국 청소년의 68%가 SNS를 쓰고 있었고, 특히 만 10∼19세 청소년 중 40.1%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 이들은 나머지 청소년들보다 심한 우울감, 불안을 경험했다고 한다. ‘n번방 사건’으로 드러난 것처럼 해외 SNS를 이용한 아동 성 착취물 거래, 주변 인물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법원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작년 12월 호주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을 차단했고, 유럽에선 프랑스 영국 등 10개국 이상이 비슷한 법의 시행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상반기 안에 대책을 내놓는다는 시간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문제가 드러나도 한국 정부가 제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국 기업을 끔찍이 챙기는 미국 정부와 무역갈등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우리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미국 법원의 잇단 빅테크 관련 판결, 유럽연합(EU) 등의 움직임에 발맞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