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親)이란 무장단체로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이루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발발 뒤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던 전장이 홍해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티 반군이 글로벌 해상무역 주요 통로 중 하나인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주요 우회로마저 막혀 국제유가 급등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후티 “美-이스라엘 공격 개입 시 타격 목표”
AP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21일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집단(이스라엘)을 겨냥한 우리의 미사일 또는 드론 공격에 개입하는 모든 국가는 그들(미국 및 이스라엘)의 일부로 간주할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 군의 정당한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저항의 축’의 필수 구성원”이라며 “최근의 긴장 고조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후티 반군의 이번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48시간 최후 통첩’ 경고를 날린 뒤 발표됐다.
예멘 후티 반군은 예멘 북부 자이디파(시아파의 한 분파)에 기반한 무장단체로, 2014년 예멘 정부를 축출하며 사실상의 집권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중동 내 반미·반이스라엘 전선에 앞장서 왔다.
중동 안팎에선 후티 반군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로 홍해 일대를 봉쇄하는 것을 꼽는다. 실제로 이날 후티 반군은 러시아 국영매체 노보스티아와의 인터뷰에서 “침략국 선박이 홍해와 아덴만 사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후티 반군은 수차례 이란 전쟁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공격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건 처음이다. 후티 반군은 5일에도 “우리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 예멘이 분쟁에 참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예멘과 국경을 접했고, 그간 후티 반군과 꾸준히 충돌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본격적인 개입을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직접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버라 리프 전 미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는 “이들은 단순히 지시하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가자 전쟁 기간 이스라엘과 해상 운송을 대상으로 한 그들의 공격을 보면 이란의 지시에 따라 활동한 건 많지 않았다”고 했다.
●“후티 반군 중요한 협상 카드 될 것”
향후 이란이 공격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후티 반군이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후티 반군은 2023년 10월 발발한 가자 전쟁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홍해를 드나드는 선박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한 바 있다. 이에 당시 선박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를 이용해야 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홍해∼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통과 교통량이 2024년 중반까지 70% 이상 급감했다. 후티의 상선 공격은 지난해 11월 가자 전쟁 휴전 발표로 중단됐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국들이 홍해로 원유 우회 수출을 꾀하는 상황에서 후티의 참전은 유가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앞서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동서를 가로지르는 내륙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의 얀부 항구로 원유를 운송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경로 역시 후티 반군이 실질적으로 점유 중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라는 병목 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애덤 배런 연구원은 “이란이 또 다른 주요 해상 운송망을 차단해 압력을 가하는 게 목표라면 후티 반군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며 “후티 반군이 분쟁에 개입하면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진다”고 전망했다. 또 “수에즈 운하를 관리하는 이집트와 사우디도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