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K컬처의 자부심을 불러 일으켰다.”(영국 BBC방송)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만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15일(현지 시간) 미국 영화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아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계 감독과 작곡가들이 만든 애니메이션과 노래가 오스카에서 해당 부문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이날 오스카 무대에선 한국 전통 악기와 무용을 내세운 케데헌 타이틀곡 ‘골든(Golden)’이 울려퍼지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응원봉을 흔드며 따라 부르는 모습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번 주말인 21일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 컴백 공연을 앞두고 케데헌의 오스카 낭보까지 전해지며, 세계의 눈이 한국으로 쏠리는 ‘K컬처 골든 위크(Golden Week)’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오스카를 물들인 ‘케데헌’ 열풍
케데헌은 미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디즈니의 ‘주토피아 2’, 픽사 스튜디오의 ‘엘리오’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이어 ‘골든’도 K팝 최초로 주제가상을 거머쥐며 글로벌 신드롬의 정점을 찍었다.
케데헌과 골든은 시상식 전부터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 미 연예잡지 버라이어티는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은 올해 오스카에서 가장 예측하기 쉬운 부문”이라고 꼽기도 했다. 케데헌과 골든은 앞서 올 1월 미국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도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으며, 골든은 지난달 그래미 어워즈에서 K팝 최초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케데헌의 글로벌 인기는 이날 시상식에서 펼쳐진 케데헌 특별공연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한국 소리꾼의 판소리 공연으로 막을 올린 무대는 케데헌 내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처럼 갓을 쓴 남성 무용수들과 한복을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등장해 흥을 돋웠다.
최고의 장면은 걸그룹 ‘헌트릭스’(이재와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골든을 열창하자 객석에 자리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일제히 노란 빛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배우 디캐프리와 에마 스톤, 이날 남우주연상을 받은 마이클 B 조던은 물론이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도 응원봉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시상식 레드카펫에서도 케데헌에서 진우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안효섭이 등장하자 엄청난 환호와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 “K컬처는 서구 시상식 단골손님”
이날 케데헌이 2관왕에 오르자 해외 언론들도 K팝의 성과에 극찬을 쏟아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미술과 민속적 요소를 작품 곳곳에 반영해, 세계로 확산되는 K팝의 영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이날 오스카 수상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케데헌의 글로벌 붐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케데헌은 두 달 만에 넷플릭스 영화 시청시간 역대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케데헌 현상’을 일으켰다. 영화에 등장한 한국 전통과 한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며 K컬처의 저변 확산에도 크게 기여했다.
영국 BBC방송은 “케데헌이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등장한 작품”이란 점에 주목했다. BBC는 “오늘날 BTS와 블랙핑크 같은 K팝 그룹은 서구 주요 시상식의 단골 참석자가 됐다”며 “스트레이키즈 등 신생 그룹은 다국적 멤버로 구성돼 외교와 경제 성장을 이끄는 소프트 파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제 K컬처는 미국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상들을 지칭하는 ‘에고트(EGOT)’에서 연이어 낭보를 전하고 있다. 에고트란 미 대중문화 시상식의 4대 천왕인 TV방송의 에미(Emmy)와 대중음악의 그래미(Grammy), 영화의 오스카(Oscar), 뮤지컬 등 무대예술의 토니(Tony) 상을 일컫는다. 오스카에선 2020년 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과 2021년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나리’에 이어, 케데헌이 다시 한번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AP통신은 “케데헌은 K컬처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전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