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일 두 소설가가 풀어낸 ‘윤리적 딜레마’

한일 두 소설가가 풀어낸 ‘윤리적 딜레마’

Posted March. 07, 2026 09:50,   

Updated March. 07, 2026 09:50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는 뜻이죠. … 문자와 전화로 은연중 저에게 자살을 종용하던 자들에게는 저 역시 짚으로 만든 개일 뿐이었겠죠.”

신간에 실린 김연수 작가의 신작 ‘우리들의 실패’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은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개입 사건을 폭로했다가 주변인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교각에 서서 밤바다를 내려다보던 그에게 ‘살아서 진실을 말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를 따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그는 어떤 삶을 거쳐 그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한국 작가와 해외 작가가 공통의 주제로 중단편 소설을 쓰고 그 2편을 한 권으로 묶는 기획 시리즈의 첫 권이다. 첫 주제는 ‘윤리적 딜레마’.

함께 실린 소설은 1999년 ‘일식’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저명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이다. 고인이 된 거장 사진작가의 전시를 준비하던 주인공이 상자 속에서 은밀한 사진을 발견하면서 고민에 휩싸이는 이야기다.

김 작가는 ‘결정적 순간’에 관해 “어떤 진실을 발견한 직후에 시작해서 차츰 그 진실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보여 준다”며 “우리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는 나의 옮음, 나의 진실 그 자체에 대한 번민에 가깝다고 본다”고 했다. 히라노는 ‘우리들의 실패’를 두고 “커다란 윤리적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지극히 사적인 과거 경험일 수도 있다는 점을 탁월하게 보여 준다”고 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