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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리 지상전’… 쿠르드軍, 이란 진격

트럼프의 ‘대리 지상전’… 쿠르드軍, 이란 진격

Posted March. 06, 2026 07:58,   

Updated March. 06, 2026 07:58


중동의 소수민족 쿠르드족 전투원 수천 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진입해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폭스뉴스, 예루살렘포스트, AP통신 등이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사실상 첫 지상전이 펼쳐진 것이다.

이란에 미군을 직접 투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쿠르드족을 이용해 사실상의 ‘대리 지상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통화했다”고도 밝혔다. 이들의 이란 공습에 미국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사실상 시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란에 진입한 전투원 중 상당수는 수년간 이라크에서 거주한 이란계 쿠르드족이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하에서 수니파이며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은 차별을 받아 왔다. 이에 이번 사태를 틈타 대규모 민중 봉기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제르바이잔계, 아랍계, 아르메니아계 등 다른 소수민족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시아파 근본주의를 강조하며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 정권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쿠르드족은 단 한 번도 독립국가를 이뤄 본 적 없는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이다. 약 3000만∼40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라크, 시리아, 이란, 튀르키예 등에 흩어져 있다.

쿠르드족은 이번 참전에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CNN 등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들에게 무기를 지원했다고 전했다. AP통신 또한 “쿠르드족 지도자들이 잠재적인 이란 작전과 관련해 미국 관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폭스뉴스도 이스라엘이 이미 이란 내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여론 악화, 비용 부담 등으로 장기전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란의 저항이 예상보다 거센 상황에서 공군력 위주의 작전만으론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을 불능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미군 희생을 최소화하며 지상전을 병행하기 위해 쿠르드족과 손잡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그의 차남 모즈타바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도 미국이 쿠르드족과 손잡고 지상전을 치르려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부친 못지않게 반(反)미 성향이 강한 ‘강경파’ 모즈타바가 집권하면 이란 핵·미사일 시설 제어와 협상이 어려워지는 만큼 쿠르드족의 힘을 빌리려 한다는 의미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