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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韓 국회 승인전까진 무역합의 없다”… 李 “차분하게 대처”

美 “韓 국회 승인전까진 무역합의 없다”… 李 “차분하게 대처”

Posted January. 30, 2026 10:16,   

Updated January. 30, 2026 10:16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8일(현지 시간) “한국 국회가 아직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그들이 승인(ratify)하기 전까진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다”고 했다.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 전까지는 한국에 대한 25%의 상호관세 재부과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한국에 대한 강경 태세를 이어간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현지 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는 등 한미 간 본격 관세 추가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단에 “차분하고 담담하게 대처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핵추진 잠수함(핵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비롯한 비관세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선트 “관세 인상이 상황 진전 도움”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결정이)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이 자신들이 이행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데 이어 관세 협상의 키맨들이 잇따라 한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 한미 관세 합의의 주축이었던 러트닉 장관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갈라쇼에 참석했지만 관세 등 현안에 대해선 공개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캐나다 출장 일정을 마치고 미국 방문에 나선 김 장관은 29일 오후(현지 시간) 미 측 카운터파트인 러트닉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우리 국내 입법 진행 상황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력·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충실히 잘 설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29일 저녁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여 본부장은 그리어 대표를 만나 디지털·플랫폼 및 농산물 규제와 같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농산물 비관세 장벽을 없애고, 미국의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핵잠, 원자력협정 부정적 영향 우려”

정부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도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미국의 관세 재부과 방침이) 합의 파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우리가 미 측에 잘 설명을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미 측에서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투자 진행 상황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을 할 가능성이 있어서 대응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이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핵잠 도입, 원자력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등 안보 현안을 포함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합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 협상과 관세 협상은 함께 가고 있는 국면이라 한쪽에서 좌초되고 무너지는 것은 다른 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협상이 선순환이 되도록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도 “미 측에서 관세 인상을 언급한 만큼 이 문제가 안보 협상에 미칠 영향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 내에서는 대미 관세협상 과정 관리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관세 합의를 최대 성과로 내세운 만큼 정부 내에서도 컨트롤타워를 두고 한미 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감안했어야 하는데, 관세협상 타결 후 각 부처에 맡겨두면서 제대로 대응이 안 됐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자꾸 여기저기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한두 가지가 아니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있는 상황”이라며 “관세협상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관리 체계가 무너진 만큼 앞으로는 이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