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민해방군 2인자인 장유샤(張又俠·76)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류전리(劉振立·62) 중앙군사위원 겸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24일 전격 숙청됐다.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부터 당과 군 간부의 대규모 숙청이 이어지긴 했지만 군 서열 2위의 부주석이 낙마한 건 처음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장 전 부주석을 두고 “시 주석이 축출한 현역 군 장성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이자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후 중국 군 지휘부에서 숙청된 최고위급 인사”라고 논평했다.
이로써 2022년 10월 출범한 ‘시진핑 3기’의 중앙군사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과 지난해 10월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張升民)을 제외한 5명이 권력을 잃었다. 중앙군사위는 약 200만 명의 인민해방군을 이끄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이 사실상 단독으로 인민해방군 전체에 대한 작전 통제권을 쥐게 됐다”고 진단했다.
●中 기관지, 숙청 정당성 강조
중국 국방부는 24일 “장유샤와 류전리가 심각한 기율 위반과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당 중앙의 결정에 따라 두 사람을 입건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모두 참석한 세미나에 장 부주석이 불참할 때부터 그의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다. 이후 4일 만에 입건 소식이 발표된 것이다.
장 부주석은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를 겸임하는 시 주석을 제외하면 중국의 직업 군인 중 최고 서열이다. 산시성 웨이난에서 태어난 장 전 부주석은 시 주석의 산시성 인맥을 뜻하는 ‘산시방(西幇)’의 대표 인사로도 꼽혔다. 시 주석은 베이징 태생이지만 산시성에서 권력 기반을 다진 후 최고 권력자에 올랐다. 이런 그를 내칠 만큼 시 주석이 군부 통제에 주력하며 사실상 종신 집권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당국은 장 부주석의 낙마 이유를 단순 부패가 아닌 정치 범죄로 규정하며 숙청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군 기관지인 인민해방군보는 25일 사설에서 두 사람의 입건 소식을 전하며 “중앙군사위의 주석 책임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당의 통치 기반을 위협하는 정치·부패 문제를 조장했다”고 했다.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 주석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두 사람을 조사해 처벌하는 건 정치적 상황을 더욱 바로잡고, 사상적 독소와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중앙군사위 7명 중 5명 낙마
중국군 간부의 잇따른 숙청 또한 관심을 모인다. 장 전 부주석을 포함해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임명된 7명의 중앙군사위원 중에서는 리샹푸(李尙福) 전 국방부장(장관)이 2023년 10월 가장 먼저 해임됐다.
지난해에는 시 주석의 측근으로 꼽혔던 허웨이둥(何衛東) 전 부주석과 먀오화(苗華) 전 정치공작부주임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물러났다. 이로 인해 시 주석과 장 부주석 2명만 남은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중국공산당의 최고 의사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측근으로 채워 사실상 1인 지도체제를 만든 시 주석이 인민해방군 또한 명실상부한 직할 체제를 확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크리스토퍼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중국군 최고 사령부가 완전히 전멸했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FT도 지난해부터 시 주석의 군부 숙청이 충성심과 정치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면서 “앞으로 영향력 있는 군 장교들이 계속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다만 잦은 군부 교체가 군 지휘 체제에 혼란을 가져와 작전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고, 나머지 군 지휘관들에게 맹목적인 충성만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철중 tnf@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