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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훈련중에 美야구서 러브콜… “이도류 꿈이 가까워졌어요”

골프 훈련중에 美야구서 러브콜… “이도류 꿈이 가까워졌어요”

Posted December. 27, 2025 11:27,   

Updated December. 27, 2025 11:27


“쉽진 않겠지만 먼 미래에는 1년 중 10개월은 골프, 나머지 2개월은 야구를 하고 싶다.”

2016년 여자 초등학생으로는 처음으로 한국리틀야구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박민서(21)의 미래 희망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의 대명사다. 박민서는 한술 더 떠 프로야구와 프로골프를 오가는 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

일단 첫 번째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박민서는 내년 8월 출범하는 미국여자프로야구(WPBL) 초대 드래프트에서 뉴욕으로부터 6라운드 전체 115순위로 지명됐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 4개 팀이 참가하는 첫 시즌은 8월부터 약 두 달간 진행된다.

초등학생 시절 ‘야구 천재 소녀’로 불렸던 박민서는 고교 시절까지 일본 실업리그 진출을 꿈꿨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일본 리그가 무기한 중단되자 고3이던 2022년부터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버디가 뭔지도 몰랐다는 박민서는 “야구 스윙은 어렸을 때 시작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건데 골프는 뒤늦게 스윙을 만들어 가려고 하니까 잘 안됐다. 빨리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니 흥미를 바로 붙이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야구에서) 날아오는 공을 쳤으니 멈춰있는 공은 열심히만 하면 금방 잘 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죽어 있는 공이 더 치기 어렵더라”며 웃었다.

홈런 타자였던 만큼 가장 자신 있는 건 장타다. 박민서는 “골프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데는 야구를 했던 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만 중심 이동은 반대라서 헷갈릴 때가 있다. 웃긴 건 야구를 할 때는 골프 습관이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골프에 한창 매진하던 지난해 12월 WPBL 창설 소식이 들렸다. 고심 끝에 그는 야구 선수로 뛰던 중학생 시절의 영상을 WPBL 사무국에 보냈다.

골프로 전향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야구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박민서는 “골프를 처음 배울 때는 야구 스윙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 골프 훈련이 끝나고 기숙사에 오면 야구 방망이를 잡곤 했다”며 “야구가 싫어서 그만둔 게 아니다 보니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골프 훈련이 없는 주말에 가족들한테 얘기하지 않고 사회인 야구 경기에 몰래 다녀오기도 했다. 박민서는 “리그가 생겼다고 갑자기 (야구로) 돌아가기에는 골프에 투자한 게 너무 컸다. 그런데 (드래프트에) 지원도 안 하면 너무 후회될 것 같았다”며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열심히 했던 걸 조금이라도 인정받은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야구와 골프를 병행하는 게 어려운 길이라는 건 그도 잘 안다. 하지만 오타니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이도류’에 성공한 것처럼 그도 두 종목 모두 잘해 내고 싶어 한다. 박민서는 “야구는 추억, 취미로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리그가 생겨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계약 등이 이뤄지지 않아 내년에 유니폼을 입는 데 실패한다면 골프에서 먼저 프로라는 성과를 이뤄낸 뒤 다시 도전할 것”이라며 “미래에는 1년에 10개월은 골프 선수로 뛰고, 2개월은 WPBL에서 야구를 하는 꿈도 꾼다”고 말했다. 박민서는 1차 목표인 골프 프로가 되기 위해 26일 뉴질랜드로 골프 전지훈련을 떠났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