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착공한 세종시 공장 건설 현장의 인부 80%는 외국인이다. 중국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인력도 상당수다. 현장소장 김모 씨(59)는 “최근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며 일하고 있다”며 “요즘은 외국인이 아니면 현장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취업자가 처음으로 1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주로 국내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영세 업체의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임금근로자 절반 이상은 월급이 3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단순 업무를 맡고 있어 고숙련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국내에 상주하는 15세 이상 외국인은 169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만2000명(8.4%) 증가한 규모다. 국내 상주 외국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15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취업자는 110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9만9000명 늘었다.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외국인 취업자 수는 지난해 100만 명을 웃도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3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14만9000명), 중국(5만4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취업자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음식점, 농사 현장 등의 일손을 채우고 있었다. 이들 10명 중 3명(28.9%)은 내국인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외국인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비전문취업(E-9) 자격을 갖고 있었다. 비전문취업 외국인은 1년 전과 비교해 1만8000명 늘어난 3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유학생 신분 취업자(5만6000명)도 지난해보다 2만3000명(71.8%) 급증했다. 송준행 데이터처 고용통계과장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 차원에서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있었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산업별로는 광·제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49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소매·숙박·음식점업(22만6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14만8000명) 순이었다. 업황이 부진했던 건설업 취업자(10만7000명)는 1000명 줄었다.
이들 10명 중 7명(68.2%)은 종사자가 29명 이하인 영세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10∼29명 29만5000명, 4명 이하 26만4000명 등이다.
외국인 취업자의 94.4%(104만7000명)는 임금근로자였다. 전년 대비 9만1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월평균 임금 수준이 300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200만∼300만 원 미만인 경우(52만6000명)가 50.2%로 가장 많았고 300만 원 이상을 받는 경우(38만7000명)는 36.9%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고령화로 외국인 인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생산성이 높은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주거 안정, 자녀 교육, 사회 통합을 지원하는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비전문취업 자격을 가진 취업자도 숙련 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 완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수연 syeo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