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종전안을 압박하는 등 러시아에 완전히 경도된 모습을 보이자 유럽 주요국이 반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축소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동의 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네덜란드 일간 폴크스크란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수년간 ‘첩보 동맹’이었던 네덜란드가 미국과의 기밀 공유를 축소하기로 했다. 에릭 아케르봄 종합정보보안국(AIVD) 최고 책임자와 피터르 레이싱크 군사정보보안국(MIVD) 국장 등은 “친(親)푸틴 성향으로 돌아선 미국과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더 이상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우리의 기밀 정보가 러시아를 돕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덜란드는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대하는 이란의 관련 시설을 마비시키기 위해 2010년 악성 컴퓨터 코드 ‘스턱스넷(stuxnet)’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다른 정보 동맹국 또한 네덜란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보 공유를 중단하면 미국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 또한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의 동결자산 1400억 유로(약 232조 원)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 각국은 자국 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해 왔는데 이 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겠다는 의미다. 특히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이번 회의에 불참하기로 함에 따라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외교장관들 또한 20일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러시아 동결자산 활용법을 논의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러시아 동결자산으로 우크라이나가 최소 3년 동안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의 동결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안에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 러시아투데이(RT)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유럽 각국 대표단에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면 시장 안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유근형 noel@donga.com






